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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가 장기화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계 차주의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세사기로 인한 빌라·다세대주택 매물 또한 경매 시장으로 몰리면서 매물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경매 물건은 지난해 12월 1만 3491건을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1만 6642건 △2월 1만 4378건 △3월 1만 4825건 △4월 1만 7909건으로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9월 200건을 넘어선 이후 올 들어 △1월 313건 △2월 218건 △3월 261건 △4월 351건 △5월 275건으로 매월 200~3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2020년 이후 최다 수준이다.
전세사기로 인한 물건이 경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데다 빌라 비선호 등으로 유찰이 반복된 것이 배경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자 예전에는 매물로 나오지 않거나 시장에서 소화됐을 물건이 경매 시장으로 출회되고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부촌 단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전용 244㎡가 오는 18일 임의경매로 진행된다. 감정가만 108억 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 전용 141㎡도 이달 감정가 41억 4000만원에 임의경매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서울 핵심지역의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고 명동 등 핵심상권 건물 등이 유찰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하반기 경매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토지를 제외한 아파트, 빌라, 상가 등 전체 용도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특히 주거 시설중에서는 아파트 경매건수의 증가폭이 크다. 대부분 임의경매로 진행되는데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절대건수는 빌라가 많지만 경매물건의 증가폭은 아파트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이어 “금리가 하락해도 급격하게 하락하지 않는 이상 체감하는 수준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매 물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통상 금리 여파는 12개월~15개월 후에 경매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고금리를 견디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는 매물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경매건수가 월별로 1만건 이상 쏟아졌던 시기가 과거 금융위기 당시였는데 2013~2014년은 금융위기 막바지였지만, 지금은 고금리 여파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반기 경매물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