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올해부터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를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2003년 방카슈랑스 영업을 시작한 지 21년 만에 시장 철수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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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방카슈랑스 신규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맺은 저축성·일반보험 등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기존 상품에 대해 관리만 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영업을 그만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하반기 방카슈랑스 영업부 직원 30여 명 중 일부 관리직원만을 남기고 해체했다.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영업을 접은 이유는 지난해 도입한 새 회계제도(IFRS17)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적용한 IFRS17은 저축성보험을 매출에서 제외하고 부채로 간주한다. 보험사로선 많이 팔수록 내줘야 비용으로 인식해 그만큼 충당금을 쌓는 등 회계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결국 실적이나 경영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흥국화재·메리츠화재 등 국내 손해보험사는 일찌감치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손을 뗐고, 전체 보험업계 방카슈랑스 실적 중 손해보험사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2%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삼성화재의 방카슈랑스 시장 철수로 국내 은행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손보업계 방카슈랑스 시장 참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방카슈랑스 25%룰(판매 비중 규제)’를 지키기 어려워서다. 25%룰은 한 개 보험사 상품 모집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25% 이내로 맞춰야 하는 규제다. 더욱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파문으로 새로운 수익 창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돌파구로 방카슈랑스 강화를 모색하던 은행으로서는 삼성화재의 시장 철수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해보험사 3~4곳만 남으면서 25% 비중을 인위적으로 맞추기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해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삼성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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