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해병대수사단 조사에서는 사망 사고가 난 해병대 1사단의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해 총 8명의 간부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재검토에서는 현장에서 장병들에게 입수를 지시한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혐의점을 인정했다. 임 사단장 등 4명은 혐의를 제외한 사실관계만 적시했고, 하급간부 2명은 아에 혐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방부조사본부는 임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수색활동과 관련된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임 사단장 포함)은 문제가 식별됐으나 일부 진술이 상반되는 정황도 있는 등 현재 기록만으로는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에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사단장이 수색 활동 지시를 한 것은 맞지만 위험한 상황에 입수하라고 해 채 상명을 사망하게 했는지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임 사단장은 실종자 수색 전날 장병들의 복장과 간부들의 현장지휘와 관련해 지시를 내렸다.
또 범죄혐의를 인정한 대대장 2명의 경우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어기고 입수를 직접 지시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런 궁금증에 대한 힌트를 이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군 부조리를 주제로 다룬 넷플릭스의 ‘DP 시리즈’에서 찾을 수 있다.
DP 시즌1에서 헌병대 소속 조석봉 일병이 탈영을 하자, 일을 크게 벌이기 싫었던 천용덕 헌병대장(중령)은 하급자인 임지섭 대위를 꼬드겨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시킨다. 본인이 결정하지 않고 임 대위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천 중령은 나중에 문제가 커지자 임 대위에게 “니가 결정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임 대위는 보직해임된다.
DP 시리즈에서는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군 고위급 간부들의 모습은 죄다 책임 회피의 달인이다. 애매한 말로 지시하고 결과가 좋으면 내 공, 나쁘면 하급자 책임으로 돌린다.
과연 현실은 다를까. 혹시 해병대 사단장과 여단장이 DP 시리즈에 나오는 군 고위간부들처럼 애매하게 지시했고 현장 간부들이 ‘알아서 기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닐까. 경찰 수사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어떤 조직이든 상급자는 명확한 지시를 해야 하고 그 지시가 잘못됐을 경우 책임을 져야 영이 서고 조직이 똑바로 돌아간다.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그래야 청춘을 국가에 바친 청년들과 생때같은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님들이 안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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