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5세 딸을 키우고 있는 박모(37)씨는 정부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 규제에도 계속 학원에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씨는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은 교습비 기준도 명확히 책정돼 있고 과목별 교사들의 자격도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며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점을 제외하고 공립 유치원에 비해 떨어지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지며 교육당국이 고액 교습비·미신고 과목 수업 등에 대한 단속에 나서는 등 규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는 게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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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7년 474곳에서 지난해 811곳으로 337곳(71.1%) 증가했다. 전국 사립유치원이 2017년 4282곳에서 지난해 3446곳으로 836곳(19.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상 유치원처럼 운영되고 있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유아교육법의 규제를 받는 유치원과 달리 학원법의 규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러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열풍에 교육부는 칼을 빼들었다. 교육부는 교습 과목을 ‘실용외국어’로 신청하고 수학·한글·미술·체육·음악 등을 가르치는 등 편법 운영을 하고 있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대해 교육청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시간별 책정되는 교습비에 점심시간을 포함해 받고 있는 등 과도한 교습비에 대해서도 단속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교습과목 신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유예기간을 둔 뒤 내년 상반기에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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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어학원의 경우 ‘국제 교육 커리큘럼으로 미국과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배울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B어학원에 5세 아들을 보내고 있는 박모(34)씨는 “작년 입학설명회때 시설이나 교육환경을 보고 이 학원에 꼭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기 물품비용에 방과후비용, 교습비까지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아이가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상위 학교로 갔을 때 앞서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영유를 보내는 다수의 학부모들의 마음 한 켠에는 공립유치원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현재 만3~5세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의 경우 놀이·체험학습을 통해 문자에 대한 호기심만 높이고 교육활동은 허가하지 않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0년 시행한 ‘2019 개정 누리과정 모니터링·지원방안 연구’에서 학부모 51.7%가 ‘놀이만 하다가 초등학교 진학 후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서울에서 5세 아들을 키우는 정모(37)씨는 “영어유치원의 원비가 일반유치원보다 10배 비싸지만 그만큼 효과가 크다”며 “일반유치원에서 방과후를 한다고 해서 학부모들의 만족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놀이·체험학습 중심의 누리과정에서 ‘읽고 쓰고 셈하기’ 정도의 학습 내용을 누리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수요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통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놀이 중심의 누리과정으로 인해 초등학교 과정부터 학습 수준이 벌어지지 않도록 읽고 쓰고 셈하기를 가르치고 영어유치원만큼 국공립 유치원도 잘 가르친다는 점을 인식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