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금리 동결 무게…금통위, 가계부채 누증 '고민'

13일 금통위 개최…만장일치 '금리 동결' 전망
'물가 안정' 기조 유지하겠으나 '금융불균형'도 주목
가계부채 3개월째 증가…은행 주담대 7조↑
특례보금자리론·역전세 대책…가계대출 누증에 부담
  • 등록 2023-07-13 오전 5:00:00

    수정 2023-07-13 오전 5:41:33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금통위가 우선순위를 두는 ‘물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부담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금리 동결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군다나 가계부채가 4월 증가 전환된 이후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어 금통위원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6월 물가 2%대 진입…연준 2차례 금리 인상은 부담

한은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등 여부를 결정한다. 경제전문가들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또다시 현 수준(연 3.5%)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통위원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 종사자 100명(55개 기관 소속)을 설문한 결과에선 응답자 중 93명이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하겠지만, ‘매파적(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2.7%를 기록하며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치(2%)를 웃돌고 있고, 작년 물가가 정점을 찍었던 8월부터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물가 경로는 한은 전망 내에 있는 수준으로 금리 결정을 뒤집을 변수로 보기 어렵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설문조사 결과 5월까지만 해도 전문가 13명 중 7명이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했지만, 이달엔 5명에 그쳤다. 연준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연내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졌기 때문이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175bp(1bp=0.01%포인트)인 상황에서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연준이 시사한 대로 50bp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내외금리차 만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잠재해 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7월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만 9월 연속 인상 가능성은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월 전년동월비 3.0%를 기록,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4.8% 올랐다. 각각 시장 예상치 3.1%, 5.0%를 하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은 92.4%를 기록하고 있지만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20%초반대에서 물가 지표 발표 후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 석 달째 증가…금융불균형 확대 고민

최근 금통위는 가계대출 누증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작년 3분기 이후 줄어들고 있던 가계부채 규모가 올 4월 들어 다시 증가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신용 누증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5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6조4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만 따로 봤을 때 주담대는 무려 7조원 증가했다. 은행권 주담대가 7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통계 집계이래 2015년 4월(8조원), 2020년 2월(7조8000억원) 단 두 차례뿐이었다.

한은이 2021년 8월 주요국 대비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이다.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는 한은이 예의주시하는 지표 중 하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분기 대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발생한 분기 수는 우리나라가 고작 2회에 불과하다 미국(22회), 독일(13회), 일본(20회)보다 크게 적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올 1분기말 102.2%로 세계 주요국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가계대출 누증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12일 한은 73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최근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선 유관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deleveraging)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달 19일 ‘물가안정 목표 상황점검’ 기자회견에선 “디레버리징은 금리만을 이용해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써야 한다”며 “금리 수준이 최근 상당히 올라갔음에도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단기 현상인지, 추세적인지 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예정됐던 한국주택금융공사 출자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당초 예정됐던 3000억원에서 700억원 줄였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특례보금자리론과 통합돼 출자 목적이 변경되자 출자 규모를 줄인 것이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가계부채 누증을 걱정하는 한은 입장과 사뭇 다르다. 정부는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제외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소득과 무관하게 공급하면서 주담대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엔 ‘역전세 대책’으로 집주인들의 대출 규제를 DSR 40%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완화했다. 역전세 보증금 차액은 평균 700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정부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연소득 5000만원 집주인은 1억7500만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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