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은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기술력이 투입된 첨단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일반 용역이나 상용품 구매처럼 국가계약법을 적용하다 보니 업체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불가피한 개발 일정 지연에도 대규모 지체상금이 발생한다. 하루 지체상금은 계약금의 0.075%로, 1년이면 27%까지 불어난다. 이같은 지체상금 부과는 무기체계 특성이나 난이도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 5년 지체상금 1조, 관련 소송 21건
실제로 최신예 3000톤(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은 15년 간 ‘도전적’ 연구개발을 통해 탄생했지만, 110일 납기 지연으로 1000억원 규모의 지체상금이 발생했다. 방산업체들의 최근 5년간 지체상금 부과액은 1조 7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관련 소송은 최근 5년간 21건이나 이뤄졌다.
게다가 국가계약법에 따른 부정당 업자 제재는 방위산업체에게는 사망선고와 마찬가지다. 입찰참가 제한뿐만 아니라 착·중도금 지급 제한, 부당이득금 환수 및 가산금 부과, 이윤 삭감 등 뒤따르는 제재가 10여 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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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별도 계약법, 국가계약체계 형해화”
그러나 기재부는 이같은 별도 계약법 제정은 국가계약 체계를 형해화 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타 분야도 별도 법 제정을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야별 상이한 기준과 체계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취지다.
또 과도한 계약기준 완화는 공정성과 신의성실 등 국가계약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방산비리’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존 법령의 수정 등을 통해 현행법 체계 내에서도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안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게 기재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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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계약법, 되레 방산비리 근절”
물론 현행 방위사업법의 특례조항에 근거해 하위 시행령 등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제도 개선 내용을 담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정 내용과 현행 방위사업법 규정 간 모순되거나 조율돼야 할 내용이 상당해 방위사업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방조달 계약 주요 절차와 기준은 법률에 규정돼 통제·관리될 필요가 있다”면서 “급변하는 안보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위사업계약 체계 구축을 위해 방위사업 특수성을 고려한 계약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이 오히려 방위사업 비리 근절 기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개입하는 행위가 방위사업 비리로 지목되고 수사의 단초가 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체상금 감면 등 정부가 개입하고 조치할 수 있는 범위와 절차를 법률로 명확하게 정해 둔다면 문제될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