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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39%(34.55포인트) 하락한 2442.9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휩싸이며 2460선에서 하락 출발해 2440선까지 밀렸다. 간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수요 부진 우려에 D램과 낸드(NAND) 웨이퍼를 20% 감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미국 유통업체인 타깃이 3분기 실적 부진으로 두자릿수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지난 11일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망치를 하회했다는 소식에 3%대 올라 2480선으로 도약한 이후 4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는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물가 정점론에 힘이 실렸음에도 코스피는 2470선으로 회귀하며 반등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거래대금마저 위축되고 있다. 코스피가 3%대 상승한 지난 11일만 해도 거래대금은 13조9176억원을 기록하며 전거래일(9조3444억원) 대비 48.9% 증가했다. 거래대금이 1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31일 이래로 5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거래대금은 부진한 코스피만큼 빠르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 날 거래일인 14일에는 11조2164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으며, 15일에는 다시 9조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역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8조원대로 더 떨어졌다.
증권가 “반등 일단락” vs “이제 조금 회복됐을 뿐”
증권가에선 거래대금이 쪼그라들면서 코스피의 추가 상승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소외됐던 종목들이 순환매 흐름을 보이며 등락을 거친 가운데, 지수를 밀어올렸던 원화 약세 등 추가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대형주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화장품·의류, 미디어 등에서 시작해 15일 중소형 바이오까지 순환매가 돌면서 반등은 일단락됐다”며 “환율과 금리가 더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10일의 CPI 서프라이즈가 시장의 색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3분기 실적 시즌이 70% 넘게 진행된 가운데 뚜렷한 이익 증가 흐름이 관찰되지 않은 데다, 4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점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코스피가 그동안 누적된 하락폭을 감안하며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침체를 자극해왔던 재고 증가폭이 완화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에서 출하의 증가폭은 종전 0.1%에서 1.1%로 확대된 반면, 재고 증가폭은 17.7%에서 10.4%로 축소됐다.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의 9월 경상수지는 16억1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 규모는 작지만 경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건 과도하다는 평가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은 실적 부진을 감안해도 훨씬 더 부진했던 상황에서 조금 회복이 됐을 뿐”이라며 “오버슈팅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비관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