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부담 증가와 분양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청약과 분양 수요가 줄어들면서 분양 경기가 얼어붙었다. 그간 시장 여건과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분양을 미뤘던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할인분양까지 내세워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지만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환경이 상당기간 이어지리라 내다봤다.
|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9월 미분양 주택은 13개 단지, 총 719가구다. 이는 전달 대비 17.8% 급증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용산구와 구로구에서 각각 41가구, 68가구 증가했다. 용산구 미분양 물량은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일원에 들어서는 신규단지에서 나왔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15층, 전용면적 26~29㎡, 중림종합건설이 시공하고 무궁화신탁이 시행을 맡았다. 총 분양가구 수 41가구 중 1채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조성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가깝고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소형평형임에도 분양가가 8억4500~8억9500만원에 형성되자 수요자의 외면을 받았다.
구로구에선 가리봉동에 공급한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 단지에서 69가구가 미분양으로 나왔다. 단지는 대흥연립을 재건축한 곳으로 지하2층~지상7층 3개동, 전용면적 37~67㎡, 총 162가구 규모(일반공급 91가구)로 공급한다. 단지는 초역세권 입지와 공원형 조경, 스마트 시스템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광고하며 평균 경쟁률 7.6대 1로 마감했지만 대부분 계약을 포기했다.
|
미분양 단지의 공통점은 분양가가 너무 비쌌다는 점이다.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후분양 단지나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주로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 분양가가 비싼 단지의 계약 포기도 늘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다른 공통점은 소규모 단지라는 점이다. 주거환경 제고 요소에는 커뮤니티 시설과 조경시설이 영향을 끼치는데 소규모 단지일수록 시설이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 시내 미분양은 주변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고 나 홀로 아파트라는 특징을 띄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으로 집값이 상승할 여지가 큰 단지로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부족해 ‘청약불패’로 꼽히던 서울 시내 신축 아파트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 수도권 비인기 지역과 공급 과다 지역을 중심으로 한 미분양이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부담과 경기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에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에서 총 6만1312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2015년 이후 12월 평균 가장 많은 물량이다.
|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도 우려되지만 다 큰 걱정은 악성 미분양의 증가다. 대출 규제에 공급물량이 늘어나는데다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사라진 수요를 되살릴 방법이 없다”며 “건설사에서 여러 분양 혜택을 주고 있지만 분양 열기를 살리기에 역부족인데다 침체한 주택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