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이창원 한성대 총장 "대학위기 시대, 해법은 상생"

교육콘텐츠·인프라 공유하는 대학 간 네트워크 제안
4차산업혁명 도래로 학생들 들어야 할 과목은 늘어
대학 간 교육콘텐츠 공유, 융합 교과목 개설도 가능
  • 등록 2022-04-04 오전 6:34:11

    수정 2022-04-04 오전 6:34:11

이창원 한성대 총장이 대학 간 교육콘텐츠·인프라를 공유하는 상생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 간 출혈경쟁이나 제로섬 게임보다는 교육콘텐츠·인프라를 서로 공유하는 상생의 길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위기 시대의 해법으로 메타유니버시티(MetaUniversity)를 제안했다. 이는 교육콘텐츠·인프라 등을 상호 공유하는 대학 간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 총장은 “대학 간 공유·협력이 활성화되면 필요한 강좌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며 “교수를 추가로 뽑지 않아도 학생들이 선택할 강좌는 늘어나게 되며 상호 강점을 가진 학문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학위기시대, 이 총장으로부터 해법을 들어봤다.

-요즘 대학이 위기다.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충원난 등이 대표적인데 돌파구는.

△광범위한 대학 간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싶다. 대학 간 공유·협력관계를 확대하자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대학들도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플랫폼에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메타버스 공간에 학술정보관을 만들었다. 아직 도서 대출기능까진 구축하지 못했지만, 아바타를 이용해 학술정보관 내 모든 시설를 체험해볼 수 있다. 이렇듯 이미 대학마다 활용하기 시작한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 대학 간 공유·협력을 확산하자는 의미로 메타유니버시티를 제안하고 싶다.

-신입생 충원난 악화로 대학 간 학생유치 경쟁도 치열한데 대학 간 공유·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대학들도 출혈경쟁이나 제로섬 게임으로는 더 이상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충원난·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적 비용이 소요되는 경쟁보다는 서로 공유·협력하는 게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올해로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이 14년째 이어지고 있고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시기에 대학 간 교육콘텐츠나 교육기자재 등을 공유한다면 상호 중복투자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성대는 전국 28개 대학과 공유·협력관계를 구축했는데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나

△최근 우리 대학과 협력관계를 맺은 한경대는 경기도 내 유일 국립 4년제 대학으로 기초학문에 강점을 가진 반면 우리 대학은 응용학문에 강점이 있다. 우리 대학은 2017년부터 학과 칸막이를 허물고 전공트랙제를 도입했다. 우리 학생들은 1학년 때 교양수업과 전공기초과목을 이수한 뒤 2학년 진학 시 희망에 따라 세부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1학년 때 폭넓은 강좌를 듣고 전공탐색을 해야 하며 학교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확장해줘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은 건축·토목공학 관련 강좌를 듣고 싶은데 학내에 이런 과목이 없으면 외부 교육기관에서 이를 수강해야 한다. 하지만 국립대인 한경대는 기본적으로 건축·토목 관련 과목이 갖춰져 있고 물리·화학 등 기초학문 강좌도 개설돼 있다. 대신 우리대학은 한경대에 응용학문 관련 강좌를 제공할 수 있다. 대학 간 공유·협력관계를 맺으면 학생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

-교육콘텐츠 공유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 2월 24일 협력관계를 맺은 대덕대의 경우 군사전략·국방정책·국방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돼 있다. 이 대학은 전국에서 육군3사관학교 진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중 하나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도래로 국방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과의 융합에 관심이 커진 상태다. 한성대는 지난해 인공지능(AI)응용학과를 신설했다. 양 대학 간 협력관계 구축으로 한성대 학생들은 대덕대의 특화분야인 국방정책·군사전략 관련 강좌를 수강할 수 있고, 대덕대 학생들은 한성대의 AI응용 관련 강좌를 이수할 수 있게 된다. 추가로 교수를 뽑지 않아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개설 강좌는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양 대학이 가진 강점을 토대로 국방·AI 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산학협력이나 대학 간 업무협약으로도 공유·협력이 가능하지 않나.

△팬데믹 이후 물리적인 캠퍼스 공간의 중요성이 점차 소멸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일반대학의 원격강좌 개설 규제를 풀었듯이 이제는 대학 간 물리적 왕래 없이도 온라인이나 메타버스 공간에서 교육콘텐츠를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메타유니버시티를 제안하는 이유는 대학 간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전체 시장규모를 키우자는 의미도 있다. 대학 간 강의를 공유하면 대학내부에서의 혁신도 일어나기 쉽다. 교수들도 자신의 강의가 공유되면 강의내용에 좀 더 신경을 쓰거나 교수법을 개발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면 그 혜택은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 온라인이나 메타버스 공간에 공유하는 교육콘텐츠가 늘어나면 원거리 학습자를 학생으로 유치할 수 있고 평생학습·직장인재교육 등으로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 모두가 대학이 위기라고 말하는 이때가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판을 바꿔 상생을 추구할 때다.

-교육 콘텐츠 외에 어떤 분야의 공유·협력이 가능한가

△메타유니버시티는 교육콘텐츠에 대한 공유·협력으로 시작하지만 산학협력, 학생지원서비스, 기술개발 등으로 협력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의 소규모 대학이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기술적 애로사항을 자문해주고 있는데 때론 해당 대학 교수들이 자문하기 어려운 난제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메타유니버시티가 구축된다면 그 안의 타대학 교수 중 해당 난제 해결에 도움 줄 수 있는 교수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또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을 협력대학 학생들의 현장실습장소로 공유할 수 있다.

-대학 간 공유·협력 네트워크(메타유니버시티) 구축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것은.

△현재 메타버스 공간에 가상의 캠퍼스를 구축하는 대학이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각자도생으로 메타버스캠퍼스를 구축하는 방법보다는 정부가 나서 관련 재정지원을 해주고 대학 간 메타버스캠퍼스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 대학마다 메타버스 공간에 캠퍼스를 구축하다보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중복투자가 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전부 상이하면 이를 연계하기가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교육부가 나서 대학 간 공유·협력이 가능한 메타유니버시티 구축을 지원한다면 대학사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사진=노진환 기자)
이창원 한성대 총장은…

△1960년 서울 출생 △홍대사대부고 △한국외대 문학사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 뉴욕주립대(Albany) 조직학박사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조직학회 회장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행정개혁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 △한국행정개혁학회 회장 △현 한성대 총장, 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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