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부동산은 배신안해’…오프라인 매장 가진 매물 '귀한 몸'

전국에 매장 보유한 M&A 매물 인수 열기
이커머스·퀵커머스 거점기지로 '재평가'
단순 판매처→거점지대 탈바꿈에 가치↑
"해마다 뛰는 부동산 가치도 무시 못해"
  • 등록 2022-03-16 오전 5:30:00

    수정 2022-03-16 오전 7:03:16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시장 분위기와 달리 부동산은 꾸준하잖아요.”

최근에 만난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전국 거점 매장을 보유한 매물 가치가 여전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이나 아카이브(누적 콘텐츠) 등 무형의 가치에 통 큰 베팅을 아끼지 않았다. 3조4000억원에 이마트(139480) 품에 안긴 이베이코리아나 9000억원과 8000억원에 각각 새 주인을 찾은 잡코리아와 요기요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거액 투자를 서슴지 않는 시대가 왔지만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매물에 대한 관심 또한 여전하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퀵커머스(즉시배송)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거점기지 확보가 필수기 때문이다. 각 매장의 부동산 가치가 해가 갈수록 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온라인 강화에 인기 치솟는 오프라인 매장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매장을 보유한 M&A 매물들이 속속 매각되며 순조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롯데그룹이 3134억원에 한국 미니스톱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축산물 전문 스타트업 정육각이 유기농 식품 유통회사 초록마을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 올랐다.

두 매물 모두 인수전 초반만 해도 흥행을 점치는 견해는 많지 않았다.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기반 매물에 부여할 성장 잠재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사주겠다는 곳만 있으면 다행’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3~4곳의 다자구도 경합이 벌어졌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원매자가 인수하며 끝을 맺었다.

한국 미니스톱과 초록마을 흥행을 이끈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업계에서 평가절하하던 오프라인 점포다. 국내 편의점 업계와 이머커스 업계는 공통적으로 전국 거점망 확보에 사활을 건 상황이다. 빠르고 신선한 배송이 핵심인 이커머스·퀵커머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전국 기반 매장 확보가 동반돼야 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미니스톱은 전국 2600여개, 초록마을은 47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 감소에 허덕이던 오프라인 매장이 ‘거점지대’라는 새 의미를 부여하자 업계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3월 글랜우드PE가 414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지분 25%)로 올라선 CJ올리브영도 마찬가지다. CJ올리브영은 H&B(헬스앤 뷰티) 업계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로 전국 1300개 가까운 오프라인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올라인’ 전략에서 보면 견고한 오프라인 인프라가 있어야 온라인 사업 전개도 용이하다는 계산이다.

유통 업종에 조예가 깊은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할수록 해당 업체에서는 (신선도와 빠른 배송을 위해) 오프라인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며 “전국 매장을 한꺼번에 편입시킬 전략으로 M&A가 각광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오르는 부동산 가치 무시 못한다

각 매장이나 부지가 품고 있는 부동산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해가 갈수록 오르는 부동산 가치가 전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지난해 11월 칼라일그룹이 약 1조원에 인수한 커피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가 주요 사례다. 2020년 기준 에비타(상각전 영업이익)인 709억원 대비 멀티플(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쓰는 적정배수)을 14배 가까이 인정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칼라일 그룹의 후한 베팅 이면에는 전국 1400여개 매장을 보유한 투썸플레이스의 부동산 가치가 있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가 보유한) 매장이나 부동산 중 꽤 괜찮은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게 전체 평가에 반영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2015년 9월 영국 테스코(Tesco PLC)로부터 7조2000억원에 인수한 홈플러스도 오프라인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면서 차입금을 줄여가고 있다. 홈플러스의 실적 고전 장기화와 달리 전국 대형 매장에 대한 부동산 가치가 꾸준한 오름세를 그렸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수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골프장 M&A도 같은 맥락이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센트로이드PE)가 지난해 1900억원에 인수한 사우스스프링스CC는 국내 최고급 골프장 사업을 이어가는 한편 유휴 부지를 활용한 물류센터와 골프빌리지 건립 계획 또한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골프장 매각에서도 유휴부지 개발에 따른 업사이드(가치상향)를 고려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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