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중감정 부른 판정시비, 따져 묻되 냉정 잃어선 안 돼

  • 등록 2022-02-10 오전 5:00:00

    수정 2022-02-10 오전 5:00:00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빚어진 편파 판정 논란이 민족감정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 황대헌과 이준서가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레인 변경을 늦게 하는 반칙을 저질렀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탈락했다. 같은 경기 결승전에서도 불공정한 판정이 있었고, 결국 중국 선수에게 금메달과 은메달이 돌아갔다.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맞서며 옥신각신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감정적 여론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국민의 분노에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번 판정과 연관된 발언은 아니지만 중국 어선의 우리 해역 내 불법조업 행위를 놓고 “그런 건 격침해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우리 아이들이 공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중요 변수로 등장한 2030세대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반면 경제계는 전전긍긍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반중·반한 감정이 상승작용하며 악화하면 대중국 비즈니스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배치에 대응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를 이미 경험한 경제계는 유사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단행한 마당에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격화하면 중국 정부가 미국과 그 동맹국을 상대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기가 보다 쉬울 수 있어서다. 노골적인 보복이 아니더라도 반한 감정은 한국 제품의 중국시장 진출이나 판매 확대에 큰 지장을 부를 수 있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편파 판정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따질 것은 당당하게 따져야 한다.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는 것은 페어 플레이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 판정 시비를 빌미로 민족감정을 부추기는 언행은 감당키 어려운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도 국제적으로 의심받는 자국 내 스포츠 경기 판정의 공정성 회복에 힘써야 마땅하다. 행여 반한 감정에 편승해 경제 보복에 나설 편협한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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