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들끓는 동북공정 분노…中자본 두고 콘텐츠 업계 '고민'

SBS 조선구마사 방영 2회 만에 전격 폐지
80% 촬영 마친 상태…직간접 타격 예상
中자본 유치하던 국내 엔터업계도 '고민'
'투자 이어질 것’ VS ‘새 투자활로 모색’
  • 등록 2021-03-30 오전 4:10:00

    수정 2021-03-30 오전 4:10:00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월화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중국 자본 유치를 둘러싼 콘텐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콘텐츠·엔터 제작사 투자는 물론 제작비 지원이나 간접광고(PPL) 형태로 국내 시장을 노크하던 중국 자본이 ‘동북공정’(중국이 인근 문화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추진하는 연구 사업) 이슈로 새 국면을 맞이해서다. 국내 콘텐츠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자본 대신 새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조선구마사 이슈로 커진 ‘동북공정’ 분노

조선구마사는 첫 주차(1~2회) 방영 분이 나간 이후 역사 왜곡 및 친(親)중국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판타지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중국풍으로 도배된 분위기와 실존 인물에 대한 무리한 각색이 질타를 받았다.

분위기가 거세지자 조선구사마를 방영한 SBS와 제작사로 참여한 YG스튜디오플렉스 등은 지난 26일 조선구마사 폐지를 결정했다. 국내 드라마 업계에서 재촬영에 따른 일정 지연이나 시청률 부진에 따른 조기 종영은 있었지만 방영 2회 만에 폐지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단적 조치에도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29일 YG플러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28% 내린 5520원에 장을 마쳤다. 조선구마사 첫 방영을 앞두고 6050원이던 주가는 8.7% 하락한 상태다.

SBS(034120)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3% 오르며 하락세는 면했지만 80%가량 촬영을 마친 조선구마사 폐지에 32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방송국이 야심 차게 선보인 텐트폴(제작사 사업 성패를 가를 작품)이 사상 초유의 폐지를 맡으며 올해 실적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문제는 해당 이슈가 조선구마사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오는 6월 첫 방송을 앞둔 JTBC 드라마 ‘설강화’도 방영 전부터 민주화운동 역사 폄하, 간첩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설강화 제작사인 JTBC스튜디오가 지난해 12월 중국 텐센트에서 1000억원을 투자받으며 우려의 시선이 걷히지 않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 2016년에도 계열사인 텐센트 모빌리티를 통해 YG엔터(122870)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지분 4.3%를 보유 중이다. 같은 해 중국 1위 온라인 티케팅 업체 웨잉의 자회사인 상하이펑잉(Shanghai Fengying)도 YG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YG엔터 지분 5.78%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투자 이어질 것’ VS ‘새 투자활로 모색’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고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이 출연할 예정인 드라마 ‘지리산’의 글로벌 방영권도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가 갖고 있다. 국내 콘텐츠·엔터 시장 곳곳에 중국 자본이 깊숙이 자리한 상황에서 잡음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 시장에서는 동북공정 이슈가 어느 때보다 예민해진 상황에서 중국 자본 유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한령(限韓令, 한류제한명령)’이 여전하지만 최근 완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단순한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중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조선구마사로) 최근 빚어진 이슈에 대해 제작에 앞서 재검토나 사전 조율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중국에서도 최근 국내 콘텐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적극적 투자를 하던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의 콘텐츠 판매나 중국 투자 유치가 이번 이슈로 끊기거나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 대신 새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 외국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넷플릭스에 영화를 직접 배급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라며 “이번 이슈로 중국 자본 유치에 따른 요구 수용을 재검토하는 한편 자유로운 제작환경을 지원해줄 다른 자본 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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