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손병석 코레일 사장 "안전이 최상의 서비스"

손 사장, 코레일 사장 취임 100일 맞아
‘정시율’에 지자치게 매여 안전 희생 지적
"야간열차 운행시간 조정…정비시간 확보"
차량교체·설비개선 등 5년간 8.7조 투자
  • 등록 2019-07-23 오전 5:00:00

    수정 2019-07-23 오전 8:17:18

[대담=정수영 부장·정리=경계영 기자] “철도 선로가 하나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 상황에서 안전과 관련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열차가 30분만 지연돼도 난리가 날텐데, 과연 멈춰 세우고 점검을 할 수 있을까요? (잠시 침묵 한 뒤) 저는 열차를 멈춰 세우겠습니다. 열차 지연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이니까요.”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단호했다. ‘안전’ 만큼은 그 무엇과 바꿀 수도 양보할 수도 없다는 그는 “안전보다 중요한 서비스는 없다”며 경영 소신을 재차 강조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손 사장을 만났다. 가장 먼저 100일 소감을 묻자 그는 “반성하는 차원에서 이 얘길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국토교통부 차관까지 지낸 그는 철도국장 등을 역임하며 나름 교통분야 전문가로 꼽힌 인물이다. 손 사장은 “모든 여론이 철도 정시율(정해진 시간대로 출발·도착하는 것)로 코레일을 채찍질하다 보니 안전을 희생시킬 소지가 있는 운영도 그동안 이뤄졌다”며 “정시율에 목메는 국가는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뿐”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 또한 국토부 철도 정책 담당자 시절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게 100일을 맞은 신임 코레일 사장이 쓰는 반성문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22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안전이 최상의 서비스’라는 점을 경영철학 0순위로 꼽았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안전, 또 안전’…사흘에 한번 꼴 현장 방문

손 사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선로 작업시간 확보에 나섰다.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을 점검하거나 선로를 정비하려면 열차가 다니지 않는 밤에만 진행할 수밖에 없지만 복선화 공사를 진행하거나 열차 운행이 잦은 시·종착역 인근 등 일부 구간은 작업 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하기 어려웠다. 코레일은 연말까지 29개 구간에, 단선구간의 복선화 공사가 마무리되는 2021년까지 27개 구간에 각각 기본 선로 작업인 하루 3시간 30분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열차 운행횟수가 많은 수도권 지역은 심야시간대 시·종착 열차 시간을 일부 조정한다.

이런 결정엔 ‘현장 경영’이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취임하던 3월27일 첫날부터 손 사장은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고양 차량기지 현장을 방문해 KTX 정비 현황을 점검했다. 그렇게 현장을 찾아다닌 횟수만 30회에 이른다. 취임 이후 사흘에 한 번꼴로 현장을 방문했다는 얘기다.

손 사장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즉 코레일과 고객 간, 직원과 차량 간 접점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를 봤다”며 “실제 현장에서 경영의 전략과 방향을 짜는 데 영감을 얻고 안전을 어떻게 (경영에) 적용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맞춰 지난달 말 손 사장은 안전분석실과 사고조사위원회, 시설·전기 고속사업단, 차량엔지니어링센터 신설, 안전전담팀 편제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안전에 대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코레일은 2023년까지 △안전관리체계 구축 △철도안전 인프라 확충 △안전한 차량 운행 등 3개 부문에 8조700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예산은 1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는 차량 교체로 3조2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손 사장은 “낡고 오래된 차량을 계속 끌고 다니면 유지보수비가 들 뿐더러 자칫하면 사고 위험도 높다”며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수명주기에 구애 받지 않고 신차로 빠르게 바꿔 좋은 여건에서 고객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작업자의 안전 설비와 환경을 개선하고자 안전보호구, 안전난간 등을 확보하고 시설유지보수 품질을 높이는 데 5년 동안 2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레일과 신호 시스템, 전력 설비 등 낡고 오래된 철도 시설물을 고치고 노인·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편의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2조6000억원도 투자한다.

손 사장은 “2년째 영업적자이긴 하지만 안전에 대한 투자는 시일이 늦어질수록 이자가 붙어 부담이 점점 커진다”며 “경영합리화 외 자산 개발 등 역외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경영한다면 부채비율을 크게 높이지 않고 신용등급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전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함께 이뤄진다. 내년 말 이후 개통되는 경전선과 중앙선, 서해선 등엔 차세대 KTX인 ‘동력분산식(EMU)’ 고속차량이 다닐 예정이다. 이는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고 좌석 효율이 높아 좌석당 단가를 낮출 수 있어 우리나라 철도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EMU 고속차량을 도입하거나 운영하고 있어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

경부고속선를 비롯한 주요 간선에도 2021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차량을 도입해 낡고 오래된 KTX를 대신한다. 코레일은 건설 상황에 따라 차량에 여유가 생긴다면 내년 6월께 강릉선에도 EMU를 투입할 예정이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22일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안전이 최상의 서비스’라는 점을 경영철학 0순위로 꼽았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코레일-SR’ 통합 “정부 입장 따를 것”

수서발 고속철도인 SR보다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손 사장은 “SR은 처음부터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보다 10% 더 저렴하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라며 “영업적자인 회사에선 요금을 깎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철도 공공성을 언급했다. “코레일이 경부선 KTX에서 이익을 내지만 엄청난 적자를 내는 철도 화물이나 새마을호·무궁화호 등을 포기할 순 없다”며 “국가 경영 전체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로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일부 노선에서 이익을 내는 것을 부각하면 곤란하다”고 에둘러 말했다.

철도 공사를 책임지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 운영을 맡는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에 대해 손 사장은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철도산업을 앞으로 어떻게 구조 개혁하는지를 두고 독일식, 프랑스식, 일본식 등으로 다양하고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상하 분리된 지 15년이 흘렀고 그 성과를 봐서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손 사장은 여름휴가철을 맞아 철도를 이용한 휴가를 권했다. 코레일은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여름, 레일호캉스’ △20대 청춘이 티켓 한 장으로 일반열차를 일정 기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일로’ △학생의 농활 프로그램을 참고한 ‘농뚜레일’ 등 여행 상품을 내놨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1962년생 △배재고 △서울대 건축학 학·석사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국장·수자원정책국장·철도국장·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기획조정실장·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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