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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은행 VIP센터에는 금과 달러 실물을 확보하려는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짙어지고 금과 달러값이 오르기 시작한 지는 꽤 됐지만, 지금은 투자수익률을 올려보자는 차원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기 위해 달러와 금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에 화폐개혁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 중국의 달러 환전 제한 등까지 겹치면서 앞다퉈 골드바를 사고, 달러로 환전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금값은 3.7g(1돈)당 20만6000원으로 연초 18민8500원 대비 9.2% 올랐다. 런던금시장협회(LMBA)에서 거래된 금 현물 가격이 연초 후 4.5% 상승한 것에 비해 국내 금값은 두배 이상의 속도로 뛴 것이다. 달러 강세 영향이 컸지만 자산가들의 금 사재기도 한몫했다.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7일까지 1.1% 상승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5.6% 올랐다. 다른 통화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 원화 대비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자산가들은 금이나 달러가 오를 경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 보다는 골드바나 달러 현찰 등 실물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즉, 재테크가 아닌 위기 대응 차원이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 자산가들의 관심은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원체 이들의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데다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보험 차원에서라도 달러와 금을 포트폴리오에 상당 부분 넣어놓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