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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ㆍ신분당선 강남역 일대에 있는 일식집 사장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한 때 ‘불패상권’으로 불리던 서울 강남역 일대가 지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 김 사장은 “그나마 우리는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작년에 문을 닫은 가게가 주변에 한두개가 아니다”며 “지금 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올해 안에 폐업을 하게 될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서울 중구 퇴계로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연결된 명동 중심거리는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적였지만 500m도 채 못가 안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상황은 정 반대다. 건물 곳곳에 ‘임대 문의’ 팻말이 붙어 있고, 한 블록 전체 상가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다. 명동의 M공인중개사는 “쇼핑은 온라인에, 먹거리는 노점에 밀려 장사가 안되니 작년 하반기부터 임대료가 평균 20%씩 떨어졌다”며 “그런데도 임차하겠다는 문의는 커녕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늘어나는 빈 상가…‘임대문의’ 팻말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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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상업시설은 지난 한 해 동안 경매 낙찰률이 28%로 지난해 50%에 비해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서도 상업시설 경매 11건이 진행됐지만 주인을 찾은 물건은 단 하나도 없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강남3구 상업시설의 월별 경매 진행건수가 지난해 8월 2년 내 처음으로 20건을 넘었고, 지난달엔 낙찰가율마저 3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강남 3구는 경기 악화 신호가 가장 명확하게 포착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높은 임대료·인건비 인상에 공시지가 부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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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핵심 상권 점포들이 문을 닫는 것은 수익은 떨어지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높은 임차료에도 많은 고객을 끌어모아 이를 감당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건비 상승에다 외식업 수익률까지 크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공시지가가 작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뛸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차례 임대료 인상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오는 4월 공시할 예정인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올해 명동, 강남, 종로 등 서울 주요 상권 공시지가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공시지가는 지난해 1㎡당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2배 가량 오른다. 종로 상권도 땅값이 1㎡당 1억원을 넘는 건물이 속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권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공지지가가 많이 오르면 임대료도 덩달아 뛸 가능성이 높다”며 “건물주가 공지시가 상승으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임대료로 전가하면 자영업자는 부담이 커져 폐업하게 돼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