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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관련 3법은 △감정평가사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한국감정원법을 말한다. 그 전까지는 한국감정원과 민간업자가 서로 감정평가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였지만 3법 제정으로 업무영역이 분리됐다. 3법 시행 후 2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업무가 얽혀 있다는 게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회장의 판단이다. 감정평가 업무를 뗀 감정원이 여전히 유사 평가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감정원이 신협이나 KB국민은행에 약식 가격조사보고서 등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반의 e-시세를 만들어 제2금융권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런 유사 감정평가업무가 평가시장을 침범하는 부분이 있으니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법 시행으로 한국감정원의 이름을 바꾸기로 했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감정평가 업무를 하지 않는 기관에 감정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가”라며 “감정원의 본래 목적이 조사·통계와 시장 관리인 만큼 그에 맞는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공시제도는 1989년 토지공개념 제도가 들어오면서 공시제도의 과세기초가격을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모두 평가사들이 했던 업무인데 지금 와서 감정원이 조사산정으로 이름을 바꾸고 평가사가 아닌 이들이 평가업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정원은 자동산정모형으로 부동산 가격을 산정한다. 실거래가 자료를 기초로 표본주택 가격을 정하면 나머지 주택은 여러 변수에 따라 자동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과정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평가사들이 감정평가를 해서 자료를 제공하면 감정원이 공시하고 통계를 집계하는 식으로 업무분장을 깔끔하게 하자는 게 김 회장 주장이다.
지가변동률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공사(현 LH)에 의뢰하면 토공이 평가사에게 재의뢰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지가변동률 통계 집계 업무가 감정원으로 이관된 후 감정원이 자체적으로 산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 땅값이 크게 올랐는데 지가변동률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며 “전국에 감정평가사 4600명이 있고 평가업무 노하우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니 평가사에게 재의뢰하면 시장을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한 통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