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재감리, 하긴 하나…결정장애 빠진 금융당국

불확실성 지속…재감리 결정 이후 주가 8.6%↓
“사실관계는 이미 확보돼…금감원 판단의 문제만 남아”
  • 등록 2018-08-06 오전 5:00:00

    수정 2018-08-06 오전 5:00:00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고의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늦어지면서 금융당국이 결정장애를 보이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1년 넘게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한 데다, 이를 받아든 금감원도 재감리에 착수하지 않고 뭉그적대고 있어서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열린 최종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에 대한 판단은 미룬 채 공시누락 사항만 ‘고의’라고 결론냈다. 시민단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후 2년 가까이 끌어온 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지 못한 셈이다. 재감리를 벌어야하는 금감원도 마찬가지로 시간 끌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감리 결과가 나와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다시 거쳐야 해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삼성바이오 재감리와 관련해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가급적 해를 넘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삼성바이오 재감리를 언제까지 마무리 할 것이냐”는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재감리 착수가 늦어지자 ‘금감원이 재감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이에 대해 “국회 업무보고와 검찰 고발 절차 대응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재감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회계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은 (증선위에서 요청한) 2012년 이후 회계 자료도 이미 확보했을 것”이라며 “사실 관계 파악 문제라기보다는 금감원이 제시해야 할 논리의 문제로 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정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금감원이 판단의 논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엔 혼란이 커지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증선위의 재감리 요구가 나온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삼성바이오 주가는 8.6% 하락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 재감리를 포기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장초반 7%까지 상승했다가 금감원의 ‘사실 무근’이라는 발표가 나오며 3%대로 상승폭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재감리 이슈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증선위는 지난달 12일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기준 변경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직후인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에 대한 타당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를 가지고 다시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최종결정 전까지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불확실성 지속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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