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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R&D 등 근무시간 단축 어려움…인건비 부담 가중
이데일리가 30대 그룹·59개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관련 설문을 진행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서는 ‘공장 등 생산부서’(29곳·49.2%), ‘연구개발(R&D)부서’(23곳·39%), ‘해외사업부서’(17곳·28.8%)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이들 부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 형태에 맞는 유연근무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설문에 응한 기업 중 80% 이상이 근로시간 단축의 애로사항 대응책으로 ‘생산성 향상 대책 추진’(49곳·83.1%)을 꼽았고, 그 방법으론 77.6%(45곳)가 시차 출근제·재택근무·탄력 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신규 인력채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업체는 32.3%(19곳)로 조사됐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의 주요 대응책인 유연근로제와 신규 인력 채용 등이 기업의 업무 효율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애로사항으로 ‘종업원 추가 고용에 의한 인건비 부담’(22곳·37.3%)과 ‘계절적 요인 등에 대한 생산 조절 능력 저하’(21곳·35.6%) 등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특히 인건비 등 비용 증가는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의 추가 비용 증가 우려를 덜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업들은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지원제도 중 가장 효과가 큰 제도로 ‘신규 고용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일부 지원’(21곳·35.6%)과 ‘고용 창출 및 확대를 위해 설비 투자를 한 기업에 대한 설비 투자비 융자’(14곳·23.7%) 등 비용 보전 정책을 선택했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주52시간 근로제는 기업들에게 인건비 등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추가로 뽑는 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주52시간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1년 이상으로 늘려야”
생산성 향상 대책으로 기업들이 선택하고 있는 탄력 근로제도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행 3개월 단위인 탄력 근로제는 1년 주기로 성·비수기 등 다양한 제조 분야의 특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탄력 근로제의 애로사항으로 ‘단위기간이 짧다’(13곳·29.5%)는 부분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도입을 위한 정보 부족’(10곳·22.7%), ‘업무 관리 감독 애로’(8곳·18.2%) 등도 문제로 꼽았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탄력 근로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R&D분야는 신제품 개발 납기 지연이나 초기 양산 대응 제한이 예상된다”며 “제조 분야에선 생산량 급증 및 불량 등 이슈에 즉각 대응이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안 방안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36곳·61%)이 필요하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았다. 또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 체계 구축’(22곳·37.3%)도 뒤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탄력 근로제의 단위 기간은 현재의 3개월에서 1년(26곳·54.2%)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6개월(18곳·37.5%)가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노동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연장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