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자 분양업계가 최근 들어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당초 계획보다 낮춰 잡는가 하면 분양 시기를 늦추는 곳도 늘고 있다. 지난해 시장 호황기를 맞아 달아오른 분양 열기에 편승해 묵혀뒀던 땅까지 꺼내 분양시장에 내놨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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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전년보다 4.7% 올랐다. 서울·수도권 분양가 역시 1% 상승했다.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자 주택 공급업체들이 분양가를 크게 끌어올린 탓이다.
이달 한라가 서울 중구 만리동에서 분양한 ‘서울역 한라비발디 센트럴’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격이 3.3㎡당 평균 1880만원으로, 이 지역의 6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LIG건설이 2009년 분양해 2012년 입주한 ‘서울역 리가’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평균 1899만원이었던 것이다.
한라 분양 관계자는 “총 가구 수(199가구)가 적은 만큼 분양가를 인근 대단지 아파트값보다 낮게 책정했다”며 “최근 침체된 시장 분위기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경쟁력있는 분양가 덕에 이 아파트는 지난 14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23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했다.
“비수기인 1월은 피하고 보자”
시장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는데다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1월보다는 설 이후에 분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얼마 전 분양 계획을 세울 때는 1월 중 오포태재파크힐스 e편한세상 분양을 목표로 했으나 인허가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전략적으로 설 이후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시장 침체는 겨울이라는 전통적인 비수기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 공급 과잉 논란 등이 겹치면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며 “설 이후 또는 봄 이사철을 맞아 시장 분위가가 살아나면 분양가가 또다시 상승하고 공급 물량이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