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사업을 하는 최환일 씨(59)는 20대부터 담배를 피워 온 애연가로 3년 전 어렵게 담배를 끊었다. 2~3주 전부터 감기 증세가 있어 인근 병원을 찾지만 호전이 없었다. 특히 버스나 사무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계속되는 기침에 의구심을 갖고 병원을 찾은 최 씨는 상세한 폐기능 검사를 받은 끝에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이미 일상생활 중에도 호흡곤란을 느낄 정도로 폐기능이 떨어져, 일반인의 30% 미만으로 측정됐다.
날씨 따뜻하면 중국발 스모그 위협 더욱 커져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발암 물질을 포함한 미세먼지(스모그)의 농도는 평소의 40배에 이르는 것으로 학교가 휴교를 하고 공사 현장에선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때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중국발 스모그는 봄에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접근해 온다. 그런데 최근엔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봄에 나타나야할 현상이 겨울철에 발생, 한반도가 긴장하고 있는 것. 여기에 겨울철 가정에서 난방이나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가 기관지염 등을 유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성 기관지염, 폐기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최근까지도 담배가 주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대기오염 이슈가 수시로 발생하는 때에는 금연만으로 질환이 완벽하게 예방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흡연자의 만성폐쇄성폐질환 발병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질환자의 10~20%가량이 비흡연자라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한반도와 같이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이슈가 자주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흡연 외의 원인에서 기인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예방과 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발표된 2013년 OECD 회원국별 보건의료 성과에 따르면 한국은 대장암, 자궁암, 뇌졸중 등 진료성과는 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나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서는 다수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310.6명이 입원했는데, 이는 평균 242.2명을 기록한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손지영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한국이 적극적인 금연 정책 등 만성폐쇄성폐질환에 유리한 보건환경 조성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입원율이 높다는 것은 1차 의료환경에서의 질환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며 “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완치 어려워 꾸준한 관리가 중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병세는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며 폐기능이 50% 이상 망가질 때까지도 자각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금연하고,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에는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 해야 한다.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안구나 피부를 통해 체내에 진입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외출 시 긴 소매 옷과 보안경을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손이나 발 등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은 후에는 증상의 빈도나 정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약물 처방을 받게된다. 호흡곤란이나 숨참을 완화시키는 기관지 확장제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호르몬 흡입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법이 되지는 못한다. 특히 심각한 합병증이 우려되는 질환자나 노인에게는 어떤 치료법보다 예방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대표적으로 정기적인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으로 상당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도에 따라 호흡재활 치료나 산소 치료 등 질환자의 운동능력과 폐기능을 향상시키는 요법에 의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래의 점성이 짙어졌거나 노랗게 변했을 때는 증상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 의료진과 상의해 항생제 사용 등 치료법을 모색해야 한다.
손지영 과장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완전한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만성질환 대부분이 그렇듯 의료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태가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