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 미스테리.."환자는 많지 않은데 왜 부족할까"

환자수는 예년 수준인데 타미플루 품귀현상
일부지역 유통 편중·과잉처방 가능성
  • 등록 2014-02-10 오전 6:00:00

    수정 2014-02-10 오전 9:23:1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독감치료제로 사용되는 ‘타미플루’의 행방이 묘연하다. 독감 환자가 예년에 비해 많은 수준이 아닌데도 시중에 타미플루 품귀 현상이 빚어져 정부 비축분이 제약사에 공급되는 실정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정부 비축분 타미플루의 일부를 로슈에 전달했다. 정부는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대비해 약 100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타미플루 유통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임시방편으로 정부 비축분 일부를 유통키로 한 것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한 때처럼 대유행시에는 정부는 비축분을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로슈가 정부에 타미플루를 구매하고 시중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올해는 타미플루 보유량을 예년보다 50% 증대했지만 대부분 소진돼 정부 비축분을 일부 제공받았고 본사에 추가 물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독감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타미플루 품귀 현상에 대해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4년 1월 5주째 인플루엔자 환자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42.1명으로 전 주(37.0명)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보다 환자 수가 늘었지만 2011년, 2012년보다는 적은 수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예년 정점의 60%, 2009년 신종플루 유행시기의 30%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예년에 비해 환자 수가 치솟지 않았기 때문에 타미플루가 부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상마다 보유한 타미플루 양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부족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유통상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독감백신은 예상 사용량 1500만~1600만도즈보다 많은 1769만도즈가 출하됐지만 지역간 편중 현상으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강력한 영업력을 보유한 종근당(185750)이 로슈와의 제휴로 타미플루의 유통을 담당하면서 처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종근당은 공급만 담당할 뿐 직접적인 영업활동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종근당과 타미플루 부족과는 무관하다는 해석이다.

오히려 의료진의 타미플루 과잉처방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않아도 되는 증상인데도 환자들의 요구로 처방량이 급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다시 유행한다는 소식에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이 같은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설날 연휴가 끝난 직후 3일 동안 지난달 판매량과 유사한 약 15만명분의 타미플루가 판매된 것으로 식약처는 파악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는 2009년 창궐해 많은 사망자를 냈던 H1N1과 같지만 우리가 매년 접종하는 예방주사에 항원이 들어 있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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