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전업주부'..30대 중반이 '깔딱고개'

35~39세 여성 경제활동률 55.5%..2000년 이후 최저치
'육아 고비' 못넘은 30대 중반 여성들..'경력단절 태반'
  • 등록 2013-07-18 오전 6:30:00

    수정 2013-07-18 오전 7:55:15

[세종=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두 아이의 엄마인 박윤희(가명·36)씨는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명목 상으로는 지방 근무 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간다는 이유였지만, 그 보다는 네살 된 딸 아이와 이제 갓 돌을 넘긴 아들을 키우기 위한 양육 목적이 컸다. 직장 내 어린이집이 없는 데다, 150만원 이상을 준다 해도 아이를 돌봐줄 아주머니를 구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박 씨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벌이로 조금 빠듯하게 살더라도 전업 주부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으면 마흔 살이 넘을 텐데, 재취업을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30대 중후반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직장 생활 10년차 이상의 고급인력들이 육아라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집에 눌러 앉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 달성 여부는 ‘깔딱고개’에 다다른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5%에 그쳐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6년 60%에 육박했던 비율이 ▲2007년 58.6% ▲2008년 58.5% ▲2009년 56.3% ▲2010년 55.9% ▲2011년 55.6% ▲2012년 55.5% 등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30~34세 연령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9년 51.9%를 기록한 후 매년 소폭의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56.4%까지 높아졌다.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30~34세 여성보다 낮아진 건 통계작성 이래 처음이다.

이런 현상은 여성들의 결혼이 늦춰지면서 30대 중후반의 ‘아이 엄마’들이 육아 문제를 이유로 퇴직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월평균임금(195만8000원)이 남성(287만8000원)의 68.0% 수준에 그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직장 경력 10년차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30대 중후반 여성의 퇴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 여성들의 경우 아이를 키우고 나면 40대에 접어들어 재취업이 녹록지 않다. 30대 중후반 여성들이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의 중심에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직장어린이집 인센티브 확대와 자동 육아휴직 제도 도입 등의 여성 취업 확대 방안을 내놓았지만, 30대 중후반 ‘직장 맘’들에게 탄력·유연근무제를 우선 적용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나와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한국여성학회 회장)는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다지만, 30대 중후반 여성들은 결혼 후 육아문제와 사회적 편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면서 “단순히 숫자놀음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를 논할 게 아니라, 여성이 사회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인력관리를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점차 일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30대 중후반 여성인력의 관리와 재취업이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기업들에게 시간제 근로 확대 등을 강요할 게 아니라, 여성 고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민간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며 고 강조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자료= 기획재정부,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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