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창동 ‘富村’에 집 지을 땅 쏟아진다는데…

규제완화로 주택용지 210개 대거 공급
3.3㎡당 500만~1000만원..건축규제 따져봐야
  • 등록 2013-04-29 오전 6:45:19

    수정 2013-04-29 오후 3:05:44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지난 26일 오후에 찾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세검정로에서 북한산둘레길 6구간인 평창마을길(5km)에 접어들자 가파른 오르막이 펼쳐진다. 북한산 중턱을 감싼 산복도로까지 다다르니 집 담장이 어른 키를 웃도는 고급 단독주택들이 즐비하다.

▲최근 건축규제가 대폭 완화된 서울 종로구 평창동 400~500번지 일대. 북한산 자락을 따라 매매가 10억원을 훌쩍 웃도는 고가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산자락에 자리해 명사들의 주거지로 알려진 평창동 400~500번지 일대에는 호화로운 주택 사이로 영 어울리지 않는 버려진 공터가 적잖았다. 유리병과 페트, 사료포대 등 쓰레기가 나뒹굴지만 사실 이곳은 모두 사유지다.

지난 40여 년간 방치됐던 이 땅들에 개발을 위한 문이 열린 건 최근이다.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새로 만들며 경사도와 수목 밀집도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다. 시에 따르면 400~500번지에는 이런 땅 총 210개 필지(10만 7147㎡)가 모여 있다. 필지당 면적은 평균 510㎡(154평)로 2층짜리 단독주택을 신축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환경 훼손과 난개발 우려로 그간 개발을 금지했던 시가 빗발치는 민원을 감안, 규제를 없애기로 하면서 이 주변에는 부동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평창동 주택 만의 높은 담장은 보안을 위해서가 아닌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저지대는 옹벽을 쌓아 추켜세우고 고지대는 깎아 그 위에 집을 앉힌 것이다. 시가 환경 훼손을 우려해 이런 공사를 금지하며 이 일대에서는 방치된 땅(사진 오른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E공인(평창동) 관계자는 “평창동은 주택수요에 비해 땅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라며 “최근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등 집을 지을 수 있는 토지가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 주택용지 지가는 3.3㎡당 1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토지면적 약 500㎡(150평)인 단독주택이면 15억원 가량에 거래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초 토지면적 496㎡와 443㎡인 주택이 모두 15억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지난 2~3년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맥을 못 추고 있는 반면 평창동 지가는 변동이 없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초고가 주택이라는 특수성과 공급부족 등으로 거래가 드문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때문이다.

지금껏 개발이 제한됐던 땅은 현재 3.3㎡당 최소 500만원 대에도 매물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가 새로 적용키로 한 건축규제가 까다로워 현지에선 새 제도 시행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보현부동산 관계자는 “이곳엔 경사가 가파르고 지반이 바위인 땅이 많은데 이 정도 규제완화로 마음에 드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시는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2층(8m) 이하의 단독주택만 신축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도로에서 2m 후퇴해 집을 짓고, 암반 굴착 금지, 절·성토 및 옹벽 높이 3m 이하 등의 세부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실제 평창동의 한 토지를 매입해 지하1층, 지상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었을 경우 투입비용 시뮬레이션 (자료제공=빌트웰)
주민들은 거래활성화로 인한 집값 상승 기대감보다 대거 공급될 토지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를 더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주민 서모(32)씨는 “가뜩이나 둘레길이 생기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져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적한 게 평창동의 장점인데 집이 다닥다닥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반길 일 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빌트웰종합건설의 안진수 대표는 “대표적 부촌인 평창동은 최근 둘레길이 생기며 유동인구가 늘어나 카페나 스튜디오가 생기는 등 변화의 과도기에 놓여있다”면서 “10억원 대 비용을 들여 200~300㎡인 필지에 2층짜리 주택을 지어 지하1층을 작업실이나 상업시설로 쓴다면 서울 청담동 등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40년만에…” 평창동 富촌 개발제한 해제
☞ 서울시, 경계 걸친 개발제한구역 2.7만㎡ 해제
☞ 국토부, 내년 개발제한구역 지원사업에 1000억원 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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