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판매가 늘어나고 가격도 상승해 주택착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에도 주택경기는 회복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경기가 더디지만 개선세를 지속하면서 임금 인상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는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을 높이고 높아진 인플레이션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을 바꿔 모기지금리 상승과 주택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며 “향후 임금 인상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날지가 변수”라고 지적했다.
◇ “주택경기 회복세 확실..모멘텀 지속”
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경기는 지난 4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 이미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주택수요를 이같은 낙관론의 배경으로 꼽은 그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은행들의 모기지대출 확대라는 크레딧 요인으로 활황세를 탔던 지난 버블(거품) 형성기의 주택경기보다 현재가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판매와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주택 건설업체들도 더 많은 주택을 짓고 있어 이를 위한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실제 고용이 더디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가계 소득도 증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최근에는 주택 임대수요까지 늘어나고 결혼하는 이들도 증가해 투자자들이 부동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낮은 모기지 금리도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우호적인 여건이 올해에도 유지될 것”이라며 “최근 주택 공실률이 점점 더 낮아지고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이 역사적으로 가장 우호적인 상황에 있는 만큼 주택시장 회복세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꼐 지난 4년간 미뤄졌던 주택 구입수요가 생기는 등 잠재수요가 지난해부터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과 가계가 지난해 4분기에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로 지출을 크게 줄였지만 주택시장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사람들이 주택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런 낙관론은 주택시장이 올해에도 회복세를 유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실제 그는 올해 미국의 주택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주택가격은 4%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 “시퀘스터 충격, 크지 않을 것”
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작년말 우려가 컸던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올초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당장 우려됐던 고용과 주택경기 충격을 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앞으로 추가 합의까지 이끌어 낸다면 큰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올해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 정도로 보고 있다. 또 올해 비농업 취업자수도 새로 200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만약 올해초 재정절벽이 현실화됐다면 당초 기대했던 200만명 취업자수 증가 가운데 100만명 정도의 몫이 단기간 내에 사라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 판매와 주택가격도 작년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고용 악화와 자신감 상실로 주택을 구입하려는 200만명에 가까운 잠재 수요자들에게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지난 1일부터 재정지출 자동삭감 조치인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됐지만 그 충격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 회계연도중 850억달러(약 95조원)가 삭감되는 조치가 이제 막 시작됐지만 의회가 이달말까지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그렇지 않더라도 재정지출 삭감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아주 완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시퀘스터 발동에도 주식시장이 강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어 부의 효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이는 올해 신규 주택착공 급증세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신규 주택착공건수가 작년보다 40%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택 착공 호조 덕에 미국 경제도 올해 어떤 상황에서도 쉽사리 경기 침체국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주택 건설업체들이 더 많은 주택을 새로 짓고 있는 와중에서도 신규 주택 건축물량은 아직도 과거 정상수준에 비해 60%에 불과해 그 만큼 수요가 강하다”며 “주택 재고물량 부족으로 단기적으로 판매량 감소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더 많은 주택 건설로 이어지며 판매도 덩달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임금發 인플레이션, 복병될 수도”
다만 그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이 향후 경기나 부동산시장에 복병이 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올해중 소비자물가 평균 상승률을 연준 정책목표보다 높은 2.5% 수준으로 예상하면서도 “연준은
경기 부양과 실업률 하락을 위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변동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 덕에 10년만기 국채를 비롯한 장기금리도 크게 높아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상승하고 있는데 이것이 본격 상승세의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의 임금이 최근 1년간 3% 이상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중반 성장률보다 2배 이상 되는 것”이라며 “만약 임금 인상이 빨라진다면 전반적인 물가는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는 주택과 같은 실물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유리하겠지만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비용 상승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예정보다 조기에 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오는 2015년 중반까지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는 “연준이 이렇게 일찌감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도 양적완화 조치의 축소나 조기 종료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리는 완만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관점에서 30년만기 모기지 금리의 바닥이 이미 확인됐을 수도 있다 ”며 “현재 3.5% 수준인 30년 모지기 금리는 올해말에 최고 4.2%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로렌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누구?
한국에서 태어난 윤 이코노미스트는 여덟 살때인 지난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퍼듀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경제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1995년 메릴랜드대학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연방보훈처와 교육부에서 경제 자문역을 맡아오다 2000년에 NAR에 합류했다. 현재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리서치부문 선임 부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120여만명에 이르는 NAR 회원들을 위해 주택가격과 판매 동향, 향후 전망 등 각종 부동산과 경기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제공한다. 그의 보고서는 월가는 물론 미 의회, 백악관, 재무부 등에도 전달된다.
그는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뽑은 ‘미국내 최고의 경제 전망가 10인(Top 10 Economic Forecasters)’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미국 유력 부동산 정보지 ‘인맨(INMAN)뉴스’가 선정하는 ‘부동산시장에 영향력있는 100대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해마다 포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