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면서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4일 ‘박근혜 vs 문재인’이라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완성되면서 고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전의 주연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아울러 후보직에서 물러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하느냐 여부도 최대 관심사다.
◇‘백의종군’ 安, 대선후보 사퇴..빅3 구도에서 양자대결로
이번 대선전은 팽팽한 3자구도였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빅3 구도를 유지하면서 예측불허의 박빙승부가 줄곧 이어졌다. 박 후보는 40%안팎의 지지율도 다자구도에서 1위를 이어갔지만 이른바 양자대결에서 확고한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다자구도에서 각각 20%대 초중반을 기록하며 접전을 벌여온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각각 40%대 중반을 기록해왔다.
이 때문에 야권단일화가 실패해서 대선전이 3자구도로 흐르면 박 후보가 어부지리를 누리고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면 박 후보가 야권단일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안 후보의 사퇴로 대선전은 ‘박근혜 vs 문재인’이라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완성됐다. 두 후보는 대선전이 본격화하면 피말리는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vs 문재인 양자대결 구도는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 승부를 연출해왔다.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성사됐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 것은 문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정희 vs 노무현’ 대리전 구도..안철수 지원사격 최대 쟁점
안 후보의 급작스런 대선후보 사퇴가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안 후보의 사퇴가 대선판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23일 밤과 24일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측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을 부각시켰다. 앞서 지난 4.11 총선 당시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문 후보 등 참여정부 인사들의 말바꾸기 논란을 정치쟁점화했다. 반면 문 후보 측은 박 후보를 ‘독재자의 딸’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며 과거사 인식을 문제삼았다. 5.16 군사쿠데타, 정수장학회, 인혁당 사건, 유신정권 문제 등은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된 문제였다.
‘박정희 vs 노무현’ 대리전 구도 이외에 흥미로운 점은 안 후보의 향후 행보다. 25~26일 후보 등록 이후 대선전이 본격화한 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돕느냐 여부다.
안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성원을 당부했다. 안 후보의 바람대로 지지층 대다수가 문 후보를 지원할 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안철수 지지층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새정치를 갈망하는 새로운 세력이다. 문 후보로 단일화될 때 지지층이 새누리당을 선택하거나 부동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단일화 협상 국면에서 양측의 갈등이 극심했다는 점은 향후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다.
우선 안 후보가 본격적인 대선국면에서 문 후보의 손을 잡고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외칠 경우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 배가된다. 공동유세에도 적극 나서고 안 후보가 문 후보의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아준다면 금상첨화다. 반면 안 후보가 선거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오랜 칩거에 들어갈 경우 단일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상당수가 문 후보를 비토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