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이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이른바 종북 주사파 논란이었다. 여권의 창과 야권의 방패가 맞섰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이른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졸속 추진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급증하면서 여야의 공수 교대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 與, 후폭풍에 전전긍긍
4·11 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느긋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과반 압승’이라는 총선 성적표를 바탕으로 차기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문대성, 김형태 의원의 도덕적 논란에 따른 탈당과 경선 룰 공방으로 점수를 까먹기는 했지만 통합진보당의 부정 경선 파문에 비하며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진보당 부정 경선 파문은 사상 초유의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는 물론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버티기로 여론이 냉담하게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진보당 구당권파 의원의 종복 주사파 논란까지 불거졌다.
새누리당의 상승세는 한일군사 협정 졸속 추진 파문이 터지면서 꺾였다. 특히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는 책임을 떠넘기는 네탓 공방까지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국익을 명분으로 한일군사 협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선회했다.
황우여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정서와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논의 절차를 거치면서 신중히 처리해야만 했던 사안”이라며 “국익을 엄중히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협정 체결 여부는 차기 정부 판단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밝혔다.
◇ 공세 전환 野, “MB 사과하라”
민주당은 총선 패배 이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한명숙 대표 체제의 조기 퇴진 이후 비대위 체제를 가동했고 지난달 초에야 새 지도부를 선출했다. 특히 야권연대 파트너인 진보당 내부 문제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진보당은 총선 당시 지지율이 10%를 넘었지만 부정 경선 파문 이후 3~4%대로 추락했다.
끌려다니던 민주당은 한일군사 협정 밀실 추진 논란이 불거지자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협정 폐기를 주장한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를 정조준했다. 민주당은 특히 국무총리 해임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불신임안 결의를 추진한다는 초강경 입장까지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21세기 들어 한일 군사비밀정보 협정을 맺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협정을 주도한 청와대,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모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 지시로 밀실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일본에 군사 정보를 넘기려는 기도가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총리는 관계 부처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