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긴 여정 끝의 행복

  • 등록 2011-01-01 오전 7:05:00

    수정 2011-01-01 오전 7:05:00

[뉴욕=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뉴욕 증시는 2010년의 마지막 거래일을 혼조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월가에서 이러한 혼조세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동안의 수익률에 대한 차익실현과 새해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가 맞붙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주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더블딥 공포,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 등의 악재와 2차 양적완화, 감세정책 연장 등의 호재를 겪으며 결국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로렌스 크리추라 페더레이티드인베스터즈 펀드매니저는 "2010년은 긴 여정 같았다"며 "여행이 항상 즐겁지는 않았지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고 여러번의 등락 끝에 상승한 주식시장을 비유했다.

한 해 동안의 긴 여정은 3대 지수가 모두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고 나면 여정은 다시 시작된다. 2011년에도 투자자들은 웃게될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앤드루 포퍼 함브로스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새해에도 주식시장의 성과에 대해 상당히 낙관하고 있다"며 "경제는 글로벌 차원에서 회복되고 있고, 이 랠리가 지속될 상황이 마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다우 지수의 상승은 금융주가 견인했다. 금융주는 한 해 동안 10.6% 상승했는데, 12월 상승률이 10%에 달했다. 새해 경제 회복세를 반영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J.J. 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금융업종의 뒤늦은 상승세는 새해 전체 시장의 강세를 지지해줄 것"이라며 "랠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금융주가 앞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더블딥 가능성으로 인해 금융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섰다.

스티브 코츠 베라크루즈 설립자는 "은행들은 주택시장 더블딥에 대비한 충분한 자본을 마련해두지 못했다"며 "현 주가에서 은행주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은 연말을 맞아 대다수 트레이더들이 북클로징을 마치고 휴가를 떠난 상태여서 거래는 한산했다.

데이비드 코톡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 CIO는 "오늘은 월가의 절반이 비어있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긴 힘들었다"고 전했다.

버나드 버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스가 없는 데다 거래량이 너무 적어서 시장이 주는 메시지를 해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주가 상승세는 투자자들이 경제 전망에 대해 더욱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버몰을 비롯한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주가 혼조세는 차익실현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키이스 스프링어 스프링어금융자문 대표는 "월간, 연간 수익률과 저조한 거래량을 고려할 때 오늘은 주식을 팔기 쉬운 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1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견해를 지지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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