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은행 행태 못참겠다"..자기매매 금지

오바마, 상업은행 `자기매매` 금지 방안 제시
상업은행, 헤지펀드·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보유,자문도 금지
오바마 "상업은행, 대출 않고 떼돈 버는 것 못 참겠다"
  • 등록 2010-01-22 오전 6:15:32

    수정 2010-01-22 오전 8:40:49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업은행들의 고유계정을 통한 자기매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중 일부가 개혁에 맞섬에 따라 개혁에 대한 자신의 결심이 강화됐다고 언급, 이번 제안을 의회에서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될 경우 골드만삭스 처럼 자기매매 등 IB(투자은행)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상업은행 지위를 포기해야 하고, 씨티그룹 등 예대업무 비중이 높은 전통적인 상업은행들 역시 `자기매매` 축소로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금융시스템 개혁의 일환으로 은행들의 `위험 감내(Risk-Taking)` 행태를 줄이고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할 목적으로 상업은행들의 자기자본, 즉 고유계정을 통한 자기매매(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러 상업은행이 헤지펀드를 소유 내지 투자하거나 상업은행이 사모펀드에 투자 또는 자문하는 것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는 "금융시스템이 1년 전 보다 훨씬 강해졌지만 근래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 동일한 규정들 아래서 금융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며 이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그는 또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나의 결심은 다름 아닌 이들 은행들의 일부가 개혁에 맞서는 것을 보고 더욱 강화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 의회에 대한 은행권의 로비활동을 경고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특히 "소기업에게 더 대출을 할 수 없고, 신용카드 이자율을 낮출 수 없고, 구제자금인 세금을 상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은행중 일부가 기록적인 이익을 올린 것을 보면서 금융시스템 개혁에 대한 결심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 강력한 `은행 규제` 방안 왜 나왔나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이자 수혜자였다. 이번 금융위기는 주택시장 거품 붕괴, 그리고 월가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위험 감내`와 이들이 마구잡이로 만들어낸 증권화 상품과 복잡한 파생상품의 문제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심화되자 미국 정부는 국민들의 혈세로 월가 금융기관들에게 대규모 구제자금을 쏟아 부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들에게 저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회생했고, 지금은 은행들이 앞다퉈 구제자금을 상환할 정도로 금융여건이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난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업은행들의 대출은 작년 6월 이후 실질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들의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반면 JP모간체이스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4배 이상 급증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은행들의 수익성은 폭발적으로 개선됐다.

이는 은행들이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대출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리에 조달한 자금을 이 곳 저 곳에 투자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미국의 은행들이 대출을 통한 `경제살리기`는 등한시 한 채 자신들의 `돈 놀이`에 너무 열중한 셈이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이 같은 현상을 보고 개혁에 대한 결심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방안은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인 성격도 갖고 있다. 미국인들은 `혈세`로 회생한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보너스 잔치`를 다시 벌이고 있는 점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월가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침 오바마는 하루 전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1년 전에 비해 지지율은 급락했다. 더욱이 이틀 전 오바마가 선거유세에 직접 나섰던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패배하는 일까지 당했다.

◇ 상업은행 `자기매매` 규제 파장 만만찮을 듯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출신인 폴 볼커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특히 볼커는 종합자산관리(Full Service Brokerage)와 같은 투자활동을 일절 금지하도록 한 `글래스-스티걸법` 수준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볼커 위원장의 의견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 실제 오바마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볼커 위원장을 만났다. 그러나 오바마가 불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상업은행들에게 `자기매매`를 금지하되, 상업은행들이 고객의 자금을 통한 투자활동은 금지하지 않았다. 이는 이번 방안이 `글래스-스티걸법`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상업은행들의 `자기매매`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상업은행들은 자기 고유계정을 통해 모기지담보증권(MBS)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더 이상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처럼 자기매매와 같은 IB(투자은행) 사업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자연스레 상업은행 지위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오브아메리카 처럼 예대업무 비중이 높은 은행들은 상업은행 지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기매매`를 포기해야 한다.

앞서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은 지난 2008년 하순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미 연준에 상업은행으로 앞다퉈 등록했다. 이들은 이 때 상업은행 자격을 얻어 미 재무부로부터 구제자금을 받을 수 있었고, 연준의 할인대출창구를 통한 유동성 조달도 가능했다.

이에 대해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고객 예금을 취급하는 상업은행에게 제공되는 `금융 안정망(safety net)`을 이용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고유계정으로 위험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파장이 만만치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또 상업은행들의 자기매매가 금지될 경우 모기지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발행된 증권이 다시 매매되는 2차 시장(Secondary Market)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궁극적으로 모기지 시장 유동성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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