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섞인 발언과 `시스코 악재`에 따른 기술주 동반 하락, 소매유통업체들의 10월 매출 부진, 모간스탠리의 37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 상각 고백 등이 반영되면서 급락세를 탔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았을지라도 미국 경제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주들이 반등, 장후반 낙폭을 대폭 줄이면서 거래를 마쳤다.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연준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종전의 70%에서 94%로 확대했다.
장중 한때 15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33.73포인트(0.26%) 떨어진 1만3266.29로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도 낙폭을 크게 줄이면서 0.85포인트(0.06%) 하락한 1474.77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시스코 악재`가 반영되면서 52.76포인트(1.92%) 급락한 2696으로 마감했다.
한편 국제 유가는 버냉키 연준 의장의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섞인 발언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마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91센트 떨어진 95.46달러로 마쳤다. 장중 한때 97.70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파운드에 대해서는 지난 1981년 이래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동결과 연준의 12월 추가 금리 인하 관측에 영향을 받았다. 다만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유로 급등은 결코 환영할 일이 아니다"는 발언이 유로 가치 상승폭을 제한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 출석,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의 4분기 성장률이 `상당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상품가격 급등 및 달러 약세는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명서는 "향후 인플레이션의 상승 위험과 경기 둔화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버냉키 의장은 "급증하고 있는 주택차압이 이미 곤경에 처한 주택시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고,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가계 지출은 신용위기와 주택가격 하락, 고유가 등으로 인해 한층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투자도 이같은 불확실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지금까지 주택시장 침체가 경제전반에 파급되고 있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면서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가 복원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금리 인하가 신용위기 여파를 막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 인사들은 미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유가 등 상품 가격의 급등과 달러 약세로 중대한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이같은 요인들이 단기적으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고, 인플레이션의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을 장기적으로 고착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향후 경제지표와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CSCO)는 회계년도 1분기 순이익이 37% 급증했으나 매출 성장률 예상치가 월가 전망치에 못미치면서 9.5% 급락했다.
특히 시스코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여파에서 기술주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기술주의 동반 하락세를 이끌었다.
구글(GOOG)은 5.3% 떨어졌고, 인텔(INTC)과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각각 3.6%와 2.2% 밀렸다. 애플(AAPL)도 5.8% 떨어졌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도 3분기 실적 부진 여파로 3.3% 하락했다. AIG의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이익은 1.35달러로 월가 전망치보다 27센트 적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MT)는 10월 동일점포매출 증가율이 월가 예상치인 1.1%에 못미치는 0.4%에 그치면서 0.7% 뒷걸음질쳤다.
세계 최대 철광석업체인 BHP빌리튼(BHP)은 리오 틴토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식에 4.1% 떨어졌다.
미국 2위 자동차업체인 포드자동차(F)는 분기 손실이 전년동기의 52억달러에서 3억8000만달러로 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에 3% 상승했다. 특별항목을 제외한 주당순순실은 1센트로 톰슨파이낸셜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순손실 46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美 지난주 신규실업수당청구 1.3만명 감소
미국의 지난주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3일 마감 기준)가 전주대비 1만3000명 감소한 31만7000명을 기록, 1개월내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이날 노동부가 발표했다.
반면 추세를 잘 보여주는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4주 평균은 32만9750으로 2000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중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주 이상 실업수당청구건수(지난달 27일 마감 기준)는 4000명 줄어든 258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4주 평균은 255만명으로 1만6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