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이번 참극의 범인인 교포학생 조승희(23)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과거의 증거들이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사건 원인을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2년전 여학생 스토킹으로 경찰조사..정신과 일시구금
웬델 플린첨(Wendell Flinchum) 버지니아공대 경찰서장은 18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승희가 2005년 여학생 2명에 대한 스토킹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11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일어난 조승희의 여학생 스토킹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했다기 보다는 귀찮게 하는 수준이었다고 플린첨 서장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승희는 2명의 여학생들로부터 고발당하지는 않았고 대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플린첨 서장은 "조승희가 스토킹 사건 이후 자살 징후가 있다는 룸메이트의 진술에 따라 그를 정신과 시설로 보내 일시구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당국은 그당시 스토킹 신고를 했던 여학생들이 이번 사건의 희생자는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버지니아공대 시퍼트 건강센터와 블랙스버그 뉴리버 커뮤니티 서비스에 있는 조승희의 의료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스처 여자친구였을까..`의문투성`
조승희가 남녀 공동 기숙사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홀에서 처음으로 사살한 힐스처는 그의 여자친구로 추정됐지만 둘이 사귀었다는 증거는 없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힐스처의 친구 헤더 호는 "힐스처의 남자친구는 따로 있었고, 매우 사이가 좋았다"며 "조승희와는 아무 관계도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힐스처의 남자친구는 조승희가 아닌 근처 랜드포드대학 학생인 돈 힐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극히 폐쇄적인 성격의 조승희가 외국인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 역시 크다.
CNN에 따르면 힐스처가 수의사를 꿈꾸는 동물 및 조류학 전공 신입생으로 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보유자였다.
ABC 방송은 그가 힐스처를 사살한 뒤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너 때문에 이 일을 저지른다"는 기록을 노트에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힐스처가 스토킹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폐쇄적이고 괴이한 성격` 증언 잇따라
그가 폐쇄적이고 괴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승희의 룸메이트였던 조 오스트(19)는 "그는 항상 매우 조용했고 다소 이상했다"며 "그에게 종종 말을 걸면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룸메이트인 카랜 그루웰(21)은 "올해 학생회 선거를 위해 한 후보가 방문해 그에게 사탕을 건네주며 한표를 부탁했지만 그는 눈을 마주치는 것 조차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사건 당일 새벽 5시에 마지막으로 그를 봤지만 평소 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이를 닦고 콘택트렌즈를 낀 뒤 뭔지 모를 약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영문학과 학생이었던 그가 지난해 가을학기 담당 교수에게 제출한 단막 희곡 창작 2편은 황폐했던 그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리처드 맥비프`와 `브라운스톤씨`라는 제목의 이들 희곡은 매우 괴이하고 폭력적인 살인을 그리고 있다.
당시 수업을 함께 들었던 이안 맥파레인(AOL근무)은 "그의 희곡은 악몽과 같았다"며 "매우 뒤틀려 있고, 폭력적이었으며 지금까지 생각도 못한 무기들이 등장했다"고 회상했다.
2005년 10~12월 3차례에 걸쳐 그를 개인 지도한 루디다 로이 교수는 "그는 항상 선글라스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며 "마치 선글라스 뒤에서 울고 있는 것 처름 보였다"고 말했다.
조승희의 시작문 교수였던 니키 지오바니는 CNN과의 전화 연결에서 "그가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로 다른 학생들의 사진을 찍는 등의 이상 행동으로 수업에 불참하는 학생까지 생겨 그를 수업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