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번영 이뤘다"..獨총리 `베를린 선언`

EU 창설 50주년..`세계사 유례없는 공동체`
거리에선 수만명 축제…일부 회원국 선언문 거부 교황, 저출산 등 경고도
  • 등록 2007-03-26 오전 7:09:24

    수정 2007-03-26 오전 7:09:24

[조선일보 제공] 25일 오전 11시30분쯤(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역사박물관 마당. EU 50주년 기념식이 벌어지는 행사장의 단상 위에는 EU(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각각 자국의 국기 앞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유럽 통합은 우리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오렌지색 재킷을 입은 앙겔라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가 단상에 서서 ‘베를린 선언’을 낭독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24일 저녁, 자크 시라크(Chirac)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Blair) 영국 총리 등 정상들이 속속 부부 동반으로 베를린에 도착했다. 이들은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관람하고 독일 대통령궁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중장년의 베를린 시민들은 새벽 2시까지 특별 개장한 박물관에서 미술품을 관람하며, 젊은이들은 특별 이벤트가 벌어진 시내 30여개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맥주를 마시고 춤추며 ‘EU 50주년의 밤’을 맞았다. 이날 밤 베를린 시내에서는 12유로(약 1만5000원)만 내면 30여개 나이트클럽을 무제한 이용하는 ‘클럽의 밤’ 행사가 열렸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뽀얀 담배 연기 속에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던 대학생 얀 노이게바우어(23)씨는 “나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국경 없는 시대’에 산다”고 말했다.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회 의장(왼쪽부터) 등 3명이 25일 독일 베를린의 역사박물관에서 EU 50주년을 기념하는 베를린 선언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메인 행사가 벌어진 25일 낮, 베를린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일대와 중심대로 운터 덴 린덴 거리는 수만명의 인파로 북적댔다. 임시 가설 무대에서는 유럽 각국 가수와 록밴드들이 귀를 찢을 듯 야외 공연을 벌였다.

일대에는 27개 EU회원국의 대사관과 문화원이 나라별 텐트를 쳐놓고 자국 문화와 음식을 알리는 축제도 벌였다. 지글지글 고기 굽고 소시지 굽는 냄새에, 와인·맥주 향취가 뒤섞였다. 부모 따라 외출 나온 아이들은 손에 EU 깃발을 새긴 파란 풍선을 들고 즐거워했다. 스페인관에 있던 알바로 블랑코 스페인관광청 국장은 “우리는 1986년 EU에 가입한 이후 나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에 EU 50주년을 맞는 기쁨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아내 카트린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온 베를린 시민 일마즈 코자(47)씨는 “베를린이 전쟁의 상흔을 완전히 씻어내고, 평화의 정착을 알리는 EU 50주년 행사를 개최하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베를린뿐 아니라 브뤼셀, 로마 등 유럽 전역에서 EU 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이날 EU 27개 회원국은 두 쪽 분량의 ‘베를린 선언’을 통해 EU 의 50년 성과를 자축하고 미래를 향한 의지도 다졌다.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2009년 전까지 공동의 기반을 되살리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문구로, 좌초된 유럽헌법을 되살리겠다는 메르켈 총리의 의지도 담았다.

하지만 이 짧은 ‘베를린 선언’에서도 27개 회원국은 마음을 똘똘 뭉치지 못했다. 당초 27개국 정상이 모두 ‘베를린 선언’에 서명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정상들이 거부해 메르켈 총리와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 등 3명만 서명했다.

법률가 프란츠 테르뎅게(58)씨는 “정치인들한테는 의미가 남다를지 몰라도, 유로가 도입되면서 물가는 치솟고 EU가 동구권으로 확대되면서 살기는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럽의 급속한 노령화와 저출산에 대해 “불행하게도 유럽은 자칫 역사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길을 따라가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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