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통하는 손성원 LA 한미은행 행장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양국 경제의 침체 우려는 과도하며,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행장은 13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5% 성장한 후 내년에는 4%로, 미국 경제는 올해 3.4% 성장한 후 데 내년에는 2.6%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성장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경기 침체를 논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경제의 경우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아직 급속한 경기 냉각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전망했다.
◆"저성장 시대에 금리인상은 옳지 않다"
손성원 행장은 "한국은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하락으로, 미국은 유가와 금리 하락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큰 걱정 거리가 못 된다"며 저성장 기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지나친 긴축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손 행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해 연방기금금리를 너무 높은 수준까지 올려놨다"며 "앞으로도 올해 한 번, 내년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행 역시 부동산 우려로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손 행장은 ""내가 연준 의장이라면 금리를 올리지 않겠지만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퇴치에 대한 교육을 워낙 강하게 받아왔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물론 그것이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현재는 금리인상을 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거듭 우려했다.
다만 그는 경기 둔화가 진행되면 결국 연준도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도 60달러까지는 추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미국의 경기침체는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내년 환율 800원대..수출 어려워도 내수로 상쇄"
한편 손성원 행장은 현재 960원대인 달러/원 환율이 내년에는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달러는 약세를 나타낼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의 경상적자는 너무 막대하고,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로 접어들어 달러 자산의 매력도도 떨어졌으며, 경제 호조로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의 원화 가치는 실제 가치보다 덜 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1%였던 경상흑자가 올해와 내년에는 GDP의 0.5%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 부동산 거품 아니다..한국 부동산 정책은 실패"
한편 손성원 행장은 한국 강남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버블이 아니며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경제 성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행장은 "무조건 가격이 급등했다고 버블은 아니다"라며 "한국 경제는 지난 10년간 많이 발전했고 미국의 부동산 호조 역시 경제 성장 하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부동산 가격 모두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올랐다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며 "2000년 나스닥 시장 버블처럼 급격하게 올랐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다소 거품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거품 붕괴를 야기할 정도로 심한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손성원 행장은 한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가했다. 그는 "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집값이 내려간 것도 아니고, 강남을 잡으려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경제를 모두 망쳤을 뿐"이라며 "한국 GDP의 60%가 서울 근교에 몰려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 달 2주간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에 가 보니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더라"며 "이래서는 정책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