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완전 자유화"-김 부총리 일문일답

안정적 성장위해 재정정책 탄력운용
  • 등록 2003-04-15 오전 6:03:32

    수정 2003-04-15 오전 6:03:32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내외국 자본을 가리지 않고 한국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완전 자유화돼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 소유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투자를 했다면 정부는 어떤 부정적인 선입견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SK글로벌과 같은 회계 부정을 차단하기 위해 상장·등록 기업에 대한 회계 규정을 강화키로 했다"며 "다른 대기업의 경우는 상속이나 계열분리 과정에서 기업 부실이 대부분 정리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부총리와 반기문 대통령 외교수석, 차영구 국방부정책실장 등과 경제설명회 참석자들간의 일문일답 내용. -한국 경제에 대한 도전이 있을 수 있다. 국제 유가 상승,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이 그것이다. 대응 방안은 있는가. ▲세계 경제 침체 등 모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재정과 금융 정책을 혼합,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한국 경제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달라지겠지만, 지난 2년간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을 유지한 것처럼 종합적인 대책에 따라 올해도 높은 성장을 할 것이다. 소비와 투자가 침체되고 있으나 외생 변수인 이라크, 북핵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려고 한다. 상반기 중에 10조원 가량 정부 지출을 집중하고, 경기 상황을 봐가면서 강한 재정 정책도 쓸 수 있다. 금융 정책은 한국은행의 소관이고, 한은과의 전통적인 상호 존중 관계를 고려 이자리에서 자세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한은, 금감위 간부들과 매주 만나서 모든 정책을 토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우리 정책의 초점은 투자를 촉진하는데 맞춰질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나온 계획에도 17조원의 투자 정책이 들어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잘 추진된다면 한국은 적어도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믿는다. 이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이다. 재정이 OECD 국가 중 가장 건전하고, 금융 환경도 유연하다. 외환 보유고가 세계 4위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인프레는 낮다. 산업 경쟁력도 철강, 조선, 반도체는 1위이며 핸드폰과 TFT-LCD, PDP 등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5개월간 수출이 두자리수로 증가했다. 유가가 올라 3개월간 무역수지가 적자였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흑자로 돌오서리라고 믿는다.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빨리 회복되기를 원하지만 세계 경제가 늦게 회복될지라도 우리는 비교적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화권 수출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생산과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화권 경제에 기계와 원자재를 공급하는 우리나라의 수출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겠다고 했는데 이는 추경 편성도 가능하다는 뜻인가. 만약 추경을 편성한다면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경제 안정을 무시하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내수 촉진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 가계 대출 문제 등 불안정 요소가 남아있다. 대통령의 뜻은 경제 안정을 저버리고 경기만을 위해 단기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경제를 운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경제 부처들도 같은 생각이다. 인플레를 야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경기 상황을 주시하면서 탄력적인 재정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직답을 회피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 활동이나 투자에 간섭하는 것이다. 한 예로 SK와 소버린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 사이에 M&A 분쟁이 진행 중이다.전날 공정위는 SK가 출자총액제한 규정에 의한 SK텔레콤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크레스트 증권이 외국인 투자 관련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했다.이같은 상황은 한국 정부가 적대적 M&A와 관련, SK그룹 편을 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 부처간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적대적 M&A는 허용돼 있다.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소유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 자본이라도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지분을 취득했다면 한국 정부는 이에대해 어떤 선입견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SK글로벌과 같은 회계 부정이 다른 기업에도 만연해 있을 가능성은. ▲SK글로벌과 같은 회계 부정이 다른 대기업에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30대 기업 중 6개는 주인이 바뀌었다.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 그룹들은 그동안 계열분리, 상속,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오너십에 변동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을 크로스 체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가 안된다. 따라서 부실이 남아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SK글로벌 사건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런 형태의 회계 부정이 나타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처리될 것이다.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을 것이다.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회계 부정을 철저히 가려내야하고, 우리 기업의 투명성과 회계의 투명성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서도 제도적인 개혁을 진행하는 모멘텀으로 삼으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이중 과세 문제가 있다. 한국이 기업에 대한 과세를 낮출 의향이 있는가. ▲국제 자본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텍스 헤븐을 거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케이스가 꼭 문제되는 것은 아니나 일부 외국 기관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 포탈을 목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을 가지고 조사를 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들 기관에 대해 공식적으로 증빙 자료를 요구했다. 미국, 영국 등과 맺은 이중 과세 협약은 존중되어야하기 때문에 이 기관의 투자자들이 미국인, 영국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조세 협약에 의해 한국 정부는 과세권이 없어진다는 것을 정식으로 알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텍스 인센티브는 개인, 법인에 대해 싱가포르나 홍콩 수준으로 주어질 것이다. 세금 제도도 간단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다. -한미 동맹 관계와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기문 수석에게 묻고 싶다. ▲(반 수석) 북한이 최근 다자간 협상을 수용하는듯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미 양자 대화만을 요구해왔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평화적 해결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여왔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 북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이라크와 성격이 다르다. 이라크와 북한 모두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혹을 받아왔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수차례 있었고, 이라크는 화학 무기를 사용한 전례도 있다. 이라크는 유엔 결의안을 위반했고, 국제 사회는 이라크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은 다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50여년의 한미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차 실장) 투자자들은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과 미래의 한미 동맹 관계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했다. 북한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50년간 한미 관계나, 남북 관계는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모두 순조롭게, 평화적으로 해결됐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한이 북한을 공격하는 등의 실현성 없는 경우에만 일어날 수 있다. 남한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 침공 의사가 없다는 것을 거듭 밝혔었다. -미군 기지 이전 문제가 한미 양국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차 실장) 한국내 미군 기지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미 양국은 미군 기지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프로그맴을 진행 중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양국간에 논의될 과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린다. 인내가 필요하다. 북한은 이라크와 달리 석유도 없고, 뛰어난 맨파워도 없다. 북한은 달리 가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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