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월터 휴렛에 "제명"..초강수 쓴 HP의 고민

  • 등록 2002-04-02 오전 7:28:35

    수정 2002-04-02 오전 7:28:35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휴렛팩커드(HP)와 창업자 자손인 월터 휴렛간의 첨예한 대립이 점입가경이다.휴렛 팩커드(HP)의 이사진은 공동창업자의 아들인 월터 휴렛을 차기 이사회의 멤버로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월터 휴렛은 지난 15년간 HP 이사회의 정식 멤버였다. 월터 휴렛은 지난주 HP와 컴팩간의 합병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 문제를 법원에 제소,HP와의 다툼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으나 이번엔 역으로 HP 이사진에 의해 이사회 멤버에서 축출될 위기에 놓였다.HP 측이 본격적으로 월터 휴렛에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 HP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월터 휴렛이 최근 컴팩과의 합병에서 보였던 적대적인 발언들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HP이사회가 처음부터 월터 휴렛을 이사회에서 축출하는 "초강수"를 구사하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지난달 HP와 컴팩간의 주총 직후 이사회는 모임을 갖고 "월터 휴렛이 이사회의 공식의견과는 달리 합병안에 반대했지만 이사회 멤버로 재선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의견통일을 보았을 정도다. HP이사회를 발끈하게 만든 것은 월터 휴렛이 HP경영진을 법원에 제소한 지난주의 행위.월터 휴렛은 "HP경영진이 컴팩과의 합병을 끌어내기 위해 도이체방크로부터 컴팩인수에 필요한 표를 매수했다"고 주장했다. HP이사회 의장인 샘 긴은 이와관련 "월터 휴렛의 최근 행동은 기본적인 신뢰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며 "이사회 멤버들은 휴렛의 이같은 행동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를 다음번 이사회 멤버로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에대해 월터 휴렛은 즉각 반격을 시도했다. 월터 휴렛은 성명을 통해 "이사회의 이같은 결정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며 "HP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과 나의 견해가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나는 여전히 HP주주들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월터 휴렛과 HP간의 이같은 대립은 컴팩과의 합병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월터 휴렛은 HP가 컴팩과의 합병을 발표하자 "이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위험한 합병정책"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월터 휴렛은 HP의 공동창업자인 윌리엄 휴렛의 아들이며 현재 HP주식 5.7%를 보유하고 있다. 월터 휴렛의 반대는 단지 말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월터 휴렛은 "HP와 컴팩간의 합병 반대"모임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HP와 컴팩의 합병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합병 주총에서 월터 휴렛측은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고 휴렛팩커드와 컴팩과의 합병안은 주총을 통과했다.이에 월터 휴렛은 합병주총 과정에서의 절차를 문제삼아 HP경영진을 법원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창업자 자손인 월터 휴렛과의 이같은 감정싸움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월터 휴렛의 지지자는 물론 반대자들조차 휴렛이 다음번 이사회 멤버로 재기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HP 입장에선 월터 휴렛과 HP에 쏠린 관심 자체가 자못 부담스럽다.상대가 월터 휴렛이라는 창업자의 아들인데가 지난 15년간 이사회 멤버로 재직해왔던 실세다. HP와 월터 휴렛과의 법정소송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지만 그 과정에서 HP가 입게될 이미지의 훼손은 불가피하다. HP가 소송에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많다.정작 HP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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