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옵션 11월물 만기일을 앞두고 과도한 콜옵션 매도물량을 누적시켜 온 증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현재 증권사들이 쌓아놓고 있는 콜옵션 매도 포지션은 모두 68만4972계약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일이 영업일 수로 불과 4일 남은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도 폭락할 가능성이 희박해져 증권사들은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실제 68만여계약 중에서 차익거래용 현물 물량이 거의 없고, 선물 매수와의 헷지물량도 7000~8000계약으로 옵션으로는 4만계약도 안된다. 그렇다면 현물이나 선물과의 헷지없이 오픈 상태로 리스크에 노출된 물량이 54만계약 이상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지수가 떨어져 주길 앉아서 기다릴 수만 없다면 인위적으로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선물담당 애널리스트는 "증권사가 상품으로 운용하는 물량 정도로 거래소시장을 건드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증권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현물을 내다 팔거나 프로그램매도 물량을 내놓고서 지수를 떨어뜨리는 두 가지. 그러나 증권사로서는 투신사 만큼 현물 보유물량이 없고, 프로그램매도의 경우에도 물량이나 매도시 수익여부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는 설명이다.
결국 올 들어 선물과 옵션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던 일부 증권사의 경우처럼 손실을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1~2개 증권사의 경우 많으면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안을 수도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사들이 왜 이처럼 과도한 콜매도 물량을 쌓아온 것일까?
우선, 매도를 위주로 하는 증권사들의 매매패턴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옵션 거래에서 개인은 증거금이 적게 잡히는 매수 위주로 매매하는데 비해 증권사 등 기관은 매도 위주로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증권사 관계자들은 "콜이나 풋옵션을 매도하는 것은 증권사들이 즐겨하는 플레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외가격(OTM) 옵션 매도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선물 관계자는 "외가격 옵션의 경우 복권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삭줍기" 정도로 생각하고 외가격 옵션을 헷지없이 쉽게 매도해 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이같은 관행이 이번 만기일에는 엄청난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증권사들의 계산 착오로 보기도 한다. 낙폭과대한 상태에서 현대건설과 퇴출기업 발표 등이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을 낳아 지수가 급등했지만, 증권사로서는 결국 실망감에 또다시 하락할 것을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들로서는 하락에 무게를 두되 만일 지수가 지속적으로 오르더라도 이처럼 강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 같다"며 "반등의 폭을 예측하는데 착오가 있었을 것"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