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가 폭락하고 전통 가치주가 소폭 상승하는 패턴이 또 나왔다. 나스닥과 다우는 올 3월부터 이러한 경향을 보인 날이 많았다.
10일 뉴욕 증시의 나스닥은 초반부터 하락으로 출발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반도체, 생명공학 등이 모두 하락했다. 플로리다의 담배 소송 판결로 인해 담배 업종도 하락. 반면에 금융, 제약, 기초재료, 소매, 제지, 항공 등의 업종은 올랐다.
이날 나스닥 폭락은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과 같은 견해를 가진 전문가 3명 탓이었다. 기술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전문가들의 말이 폭락의 기폭제가 됐다. 메릴린치의 수석 시장분석가인 리처드 맥케이브는 “기술주가 조정경향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며 “기술주 비중을 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기초산업, 경기에 민감한 생활재(consumer clynicals), 금융으로 옮기라고 말했다. CSFB의 투자 전략가인 크리스틴 칼리스는 “앞으로 몇 분기동안 2조 달러의 돈이 기술주에서 나와 다른 부문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으며, 워버그 딜론 리드의 주식시장 전략가인 게일 더댁은 “나스닥이 앞으로 4~8주간 4450~3650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시장은 3650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오늘 장을 지수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BOE 소프트웨어 지수는 5.8%, 골드만 삭스 인터넷 지수는 8.6%, 아멕스 네트워킹지수는 6.4%,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5%, 골드만 삭스 컴퓨터 하드웨어 지수는 3.9%, 아멕스 네트워킹 지수는 4.4% 하락했다. 다른 지수를 들여다보아도 마찬가지다. 메릴린치 B2B 홀더스 지수는 12.4%나 폭락했다. 더스트리트닷컴 인터넷 지수는 8.8% 하락했으며, 뉴 테크 30 지수는 7.5%, 전자상거래지수는 6.1% 떨어졌다. 생명공학도 마찬가지. 아멕스 생명공학 지수는 7.06%, 나스닥 생명공학 지수는 5.32% 하락했다. 메릴린치 생명공학 홀더스 지수는 4.6% 떨어졌다.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기술주와 관련된 모든 지수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금융쪽은 괜찮았다. 필라델피아 은행지수는 2.9% 상승했고, 아멕스 증권지수는 3.9% 올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은행지수는 2.6% 상승. 다우존스 운송지수는 0.5% 하락한 약보합세를 보였고, 설비(utility)지수는 2.1%가 상승했다.
이 때문에 시스코 시스템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오러클, 노텔 네트워크스, 인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모토로라, 퀄컴, IBM, 델 컴퓨터, 휴렛 패커드, 아메리카온라인(AOL), 아마존, 야후, e베이 등 기술주의 대표주자가 모두 하락했다. 통신주인 AT&T와 SBC커뮤니케이션스 등은 약보합세. 특히 인터넷 기업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주식들의 하락폭이 컸다. e베이(14%), 아마존(6%), 라이코스(12%), 프라이스라인닷컴(6.7%), 잉크토미(11%), 야후(6%) 등이 많이 떨어졌다. B2B 기업들은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이프가드 사이언티픽스’가 기업의 중심을 B2B 개발에서 다른 부문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 하락. ICG는 12% 폭락했고, i2테크놀로지스는 21%, 비그넷은 15%, 커머스 원은 15%, 에피퍼니는 15% 하락했다.
반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J.P.모건, 씨티그룹,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등 금융주는 상승세를 탔으며, 머크, 화이자, 글락소 웰컴 등 제약주도 올랐다. 듀폰과 다우케미컬 등 화학주도 강세.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자동차도 올랐는데, 도이체방크 알렉스가 제너럴 모터스 등급을 ‘시장평균상회’에서 ‘매수’로 올린 것이 주효했다.
페인에버의 블록 트레이딩 공동 책임자인 로버트 해링턴은 “수익이 가능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장이 매일 같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 인베스트먼트의 피터 시키카니치는 “궁극적으로 수익이 말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수익 발표를 기다린다는 것.
아직 괜찮다는 얘기도 있다. 다이와 증권 아메리카의 부사장인 에드워드 콜린스는 “최근의 급등락으로 사람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평가된 기업이 어디인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선임 기술주 분석가인 데이브 파워스는 “투자자들은 단지 수익발표 시즌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워버그 딜론 리드의 기술주 전략가인 핍 코번은 “특별히 뜨거운 관심을 끌만한 부문은 반도체, 반도체 장비, 통신 장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러스트 캐피털의 머니 매니저인 그렉 히모위츠는 “내일 주가가 다시 뛰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놀랄 것이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까지 말했다.
이날 거래물량은 나스닥 시장이 올 들어 2번째로 적었고,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최저를 기록했다. 현재 나스닥의 주가는 수익에 비해 208배로 다우의 26배에 비해 8배나 높다. 나스닥은 올들어 20번째로 3% 이상 급등락을 경험했다. 작년 한 해 기록을 벌써 달성했다.
(미 주요기업 주가는 8시2분 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