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 `법안 홍수` 막으려면? 英·美 `입법영향분석` 도입해야

[무분별한 의원입법 제동 움직임]
정부입법 영향분석 의무화, 의회법은 자율심사
美, 양원 합의 전 영향분석보고서 첨부해야
獨, 법안에 문제·해법·대안 함께 명시
英, 모든 법안에 사전 심사제 도입
  • 등록 2023-07-24 오전 5:20:00

    수정 2023-07-24 오전 5:20:00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1인당 통과, 반영, 성립한 법안 건수는 미국의 21배, 독일의 37배, 영국의 무려 172배에 이른다. 국회의원 의정 활동 평가에 법안 발의 건수가 포함되며 숙의보다는 발의에 초점을 맞춘 무분별한 입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의회 활동의 중심을 법안 발의에서 숙의로 옮기기 위해서 해외 주요국처럼 ‘입법영향평가’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입법영향평가는 정부안 또는 행정 법안에 대해서만 의무적용하고 있다. 반면 의원 입법은 자율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정당이나 의회 차원에서 법률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발의 법안에도 관련 내용을 상세히 담도록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법률안 제출 시 비용편익분석을 첨부하도록 하고, 양원 합의 전 입법영향 등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산이 드는 지원입법만 예산 추계 심사를 받고 규제 입법은 아무런 영향분석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입법에 대한 사전·병행·사후 분석이 활발히 실시되는 대표적인 국가다. 의원 발의 법안은 입법평가가 의무는 아니나 모든 법안은 공통적으로 법안 내용 앞에 문제의 소재, 해법, 해법 이외에 검토된 대안들을 설명하고 있다. 일부 법안들은 나아가 재정적 영향과 해당 법률을 시행할 경우 시민·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 장래에 발생할 추가적 비용 등에 대한 분석 항목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과 일본은 정부안과 의원제출안 모두에 법안 사전심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의원내각제 시스템 하에서 정부와 의회가 서로 협력해 법안을 만들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이 자리 잡은 것이다.

영국은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출 전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정사항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

일본은 입법영향평가가 의무는 아니지만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 발의 전 당내 심사가 의무화 돼 있다. 전통적으로 정당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자리 잡은 문화다. 모든 법안은 각 당의 정책심의기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필요시 위원회조사실, 국회도서관 조사 및 입법고사국 등과 협의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최종 논의할 법안이 취사선택되고 심사대상 건수 자체를 감축해 의회의 법안 심사 부담을 현저하게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정 환경노동위원장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부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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