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강한 규제 땐 플랫폼 기업 혁신의욕만 꺾여"[만났습니다]②

[인터뷰]권남훈 경제사회연구원장
국내외 기업 싸우는 국내 플랫폼 시장…독과점 우려↓
“DMA 형태 사전규제…플랫폼 기업 도전 의욕 꺾어”
“자율규제 등 먼저 시도하고 규제강화 바람직”
  • 등록 2023-06-14 오전 5:00:50

    수정 2023-06-14 오전 9:59:05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플랫폼 독과점 규제 강화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플랫폼 시장은 소수 기업이 독식하는 유럽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고, 너무 강한 규제는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도전 의욕 자체를 꺾을 수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권남훈 경제사회연구원 원장 인터뷰
권남훈 경제사회연구원(경사연) 원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경사연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우대 등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강력한 사전규제 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의 플랫폼 경쟁환경은 해외와 다르다. 해외는 일부 거대 플랫폼이 80~90% 시장의 차지하고 있고, 특히 유럽은 자국 플랫폼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며 “유럽은 DMA를 추진하다가 시장에 부작용을 준다고 해도 어차피 자국 기업이 없기에 문제가 덜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한국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과 구글·애플 등 해외 공룡 플랫폼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유럽 등에 비해 독과점 우려가 적다.

권 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DMA와 같은 사전규제는 포괄적으로 진행되기에 플랫폼 기업으로서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로서는 괜히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가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에 오히려 신사업에 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포괄적인 사전규제가 된다면 규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권 원장은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활발하게 플랫폼 독과점 관련 법집행을 해오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서비스를 운영하며 자사서비스를 우대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 모빌리티에도 콜 몰아주기 혐의로 200억원대의 과징금을 매겼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 등도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그는 “외형적으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제재는 활발히 집행되고 있다”면서 “과소집행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면 규제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학계에서도 플랫폼을 반드시 통제·제재 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인 것도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권 원장은 “현재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나오면서 기존에 시장을 지배했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A)가 계속 주도권을 가져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설픈 규제 매스는 시장판도가 급변하는 시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른 집행과 자율규제 등을 먼저 시도해보고, 유럽의 DMA 규제가 어떻게 시장에 작동하는지도 충분히 살펴본 뒤 규제 강화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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