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시간 개편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렸다. 연장근로 상한 시간을 제시하며 고용노동부의 원안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여론 악화에 발빠른 대응으로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사진=연합뉴스) |
|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하며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일을 앞둔 시점이다. 12년 만의 한일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상징적인 날이었다. 이처럼 외교적으로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근로시간 개편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1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어 찬성한다”는 응답은 36%, “불규칙?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가 우려돼 반대한다”는 응답은 56%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와 40대에서 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30대에선 찬성 29%, 반대 67%였고 40대에선 찬성 26%, 반대 68%였다. 반면 60대는 찬성 53%, 반대 42%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찬성 의견이 과반이었다.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한 질문엔 “적정하다”는 응답이 60%로 조사됐다. “많다”는 19%, “적다”는 16%였다. 계층별로는 20대와 30대에서 “많다”는 응답이 각 2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60대에선 “적다”는 응답이 25%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으로 악화된 여론에 근로시간 개편까지 겹치면서 지지율은 급락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14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긴급 지시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 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는 내용을 공지했다. 지난 6일 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 이후 처음으로 나온 수정 지시다.
이어 15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노동약자의 권익을 위한 취지를 설명하며 재차 보완을 강조했다. 이어 16일 안 수석의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정치권도 근로시간 개편안 비판에 가세하면서 일각에서는 백지화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