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파주시지만 농어촌지역인 도마산초에 재학 중인 A군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A군이 재학 중인 도마산초는 이군의 학교와 달리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함께 축구를 할 친구가 없다. 도마산초는 대표적 과소학교(전교생 60명 이하)로 축구경기를 위한 22명을 모으기도 벅차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과밀학급(학급인원 28명 이상)이 1개라도 있는 ‘과밀학교’는 전국 1만1794개교 중 32.6%(3846개교), 과소학교는 18.7%(2207개교)다. 신도시에선 과대·과밀학교는 생겨나고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지역은 구도심·농어촌·도서지역은 과소학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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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파주 산내초 운동장에는 공사 차량과 건설 자재로 가득했다. 산내초는 향후 입학하는 학생이 더 많아질 것을 고려해 내년 2월까지 교실 16실을 증축하겠다는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 과대학교인 산내초는 지난 4월 기준 78학급, 2107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1학년만 16반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는 학급은 1~2주에 1번씩만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받는다. 그마저도 강당을 칸막이로 분반해 2개 반이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 등 체육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공간이 부족해 일부 아이들은 보도블럭에서 배드민턴과 줄넘기를 하는 상황이다.
초1 아들을 키우고 있는 유지영 학부모회 부회장은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 있다보니 서로 짜증을 내고 싸움을 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을 좁은 공간에 이렇게 구겨 넣어야 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미영 산내초 교장은 “초등학생은 온몸으로 체험하며 배우는 게 중요한 시기인데 공간이 부족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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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파주지역의 도마산초는 총 6학급에 전교생은 45명에 불과하다. 점심시간이지만 다른 학교처럼 축구를 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도마산초를 비롯해 과소학교는 전국 학교의 18.7%에 달한다. 이들 학교에선 체육 활동에 제약을 따른다는 호소가 나온다. 과소학교 근무 경험을 가진 김모 교사는 “과소학교에서는 합반 수업을 해도 축구는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과대·과소학교 해결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신도시에는 학교가 신설돼야 하고 농어촌지역에선 학교가 존치돼야 한다”며 “최대한 과밀·과소 문제가 없게 조정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소학교의 경우 복합학교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합학교는 한 곳의 학교 부지에 초·중학교 또는 중·고교 과정이 같이 운영되는 학교를 의미한다. 하나의 학교부지에서 교직원까지 공유할 수 있어 과소학교 해소에 효과적이란 조언이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하나의 시설에 두고 교장 1명에 교감 2명을 둬 운영하면 인건비를 절약하는 등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도시 내 과밀학급 문제는 학교 신설 기준을 탄력 적용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과대학교인 산내초의 경우 기존 48학급을 목표로 신설했지만, 해당 지역이 다자녀 특별 공급(자녀 3명 이상 가구에 분양 시 가점 혜택)지역인 탓에 학생 수가 늘어 78개 학급까지 확대됐다. 국토교통부가 ‘4000세대 당 초등학교 1개교 신설’이란 규정(도시·군 계획시설 결정·구조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일괄 적용하고 있어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도시가 개발되면 학생이 유입되기에 신설 학교가 필요하지만 지역 상황에 맞는 유연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