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의 공장환 대표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초단기 근로 시장이 늘어나는 것은 ‘일(work)을 대하는 방식’이 변하는 거대한 고용 변화”라며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트렌드를 읽고 맞춤형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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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휴넷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탤런트뱅크는 기업·전문가 매칭 스타트업이다. 전문가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기업에 고급 인력을 프로젝트 단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탤런트뱅크에는 경영전략·신사업·인사·재무·IT·디자인 등 다양한 사업 부문별로 1만6000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유재석 유산슬처럼 N잡 수요 확산
기업과 전문가를 연결하는 현장에서 고용 변화를 체감 중인 공 대표는 초단기 근로가 늘어나는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찾기 힘들고 공채 리스크도 있어 프로젝트별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며 “코로나를 겪은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원하는 시간에 출근 없이 일하고 싶은 경향이 짙어졌다”고 진단했다.
2030 젊은 세대뿐 아니라 장년층에서도 초단기 근로나 N잡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수십년 간 직장에서 쌓은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퇴직 후에도 일하고 싶은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재정 일자리를 넘어 의미 있는 재능기부, 사회공헌을 하고 싶은 고령층도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10명 중 7명은 평균 73세까지 계속 일하길 희망했다. 공 대표는 “100세 시대가 되면서 일하고 싶은 장년층이 계속 늘고 있다”며 “초단기 근로·N잡 트렌드는 계속 확산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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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리와 비슷한 고용 변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초단기 근로 관련 제도적 정비에 나섰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 계획’에 따라 2018년에 모델(표준) 취업규칙을 개정해 부업·겸업을 허용했다. 노동자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도 개정해 부업·겸업 관련 산재 지원에도 나섰다.
“고용 변화 맞춰 제도·지원 정책 바뀌어야”
이렇게 부업·겸업을 허용하면 사회적 부작용보다 정책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공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부업·겸업 허용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편익을 주기 때문에 기존 산업과 불협화음을 빚은 과거 플랫폼 사례와는 다르다”며 “관련한 인재 매칭 비즈니스도 불협화음, 루저 없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 대표는 이같은 변화에 맞춰 고용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의 지원 정책이 정규직 채용 규모를 늘리는데 집중돼 있다. 이때문에 고용 변화에 맞춘 지속가능한 정책은 없이 단기적인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많다.
그는 “유연화된 고용 방식이 확산하는 만큼 고용 지원도 다각화해야 한다”며 “정규직 채용 지원뿐 아니라 컨설팅·자문 등 다양한 분야의 고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