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오전 11시께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면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라고 보냈다. ‘성 상납’ 의혹 관련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답했고,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이모티콘을 보냈다.
또 권 대행이 메시지를 작성하던 도중이었던 듯 입력창에는 ‘강기훈과 함ㄱ’라는 글이 남아 있었다.
‘강기훈’은 지난 2019년 우파 성향의 정당인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기훈이란 이름의 행정관이 근무 중인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해당 행정관이) 권 대행 텔레그램 문자에 등장한 사람과 동일한 인물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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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오랜 대선 기간 함께 해오며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행은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직무가 정지된 뒤 전국 곳곳을 돌고 있는 이 대표는 SNS에 현재 머물고 있는 울릉도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었다.
그는 “최근에야 울릉도 순환도로가 완공된 것처럼 지금까지 도서 지역에 대한 투자는 항상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래서 해야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SBS가 입장을 묻자 웃음 표시의 이모티콘과 함께 “각하께서…”라며 말을 아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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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믿었다. 세대를 통합하고 세대교체의 교두보가 되어줄 시대의 리더라고 믿었다”라고 SNS에 운을 뗐다.
이어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 그로 인한 성장통을 어찌 내부 총질이라 단순화할 수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권에 머물렀던 지난 1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무엇을 위해 매일 밤을 설쳐가며 이토록 조급하게 뛰어온 것인지… ‘허무하게 죽지 마라’는 무수한 만류에도 저는 할 말을 해야겠다”라며 “이 또한, 당정을 해치는 내부 총질이며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 여기신다면 저 역시 이만 물러나겠다. 이제, 조금 지친다.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도 다음으로 미뤄두겠다”고 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도 “지도자의 정직, 지도자의 의리, 지도자의 처신, 지도자의 그릇”이라는 말을 남겼다.
임승호 국민의힘 전 대변인은 “1년간의 고되지만 행복했던 추억들이 허무하게 흩어진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섧은 어둠으로 가득한 밤”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추진한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프로그램 ‘나는 국대다’ 출신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민생 챙기기보다 당무 개입이 우선이냐”며 이 대표 징계에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