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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에 위치한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사형제를 규정한 형법 제41조와 제250조 등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헌재는 청구인의 대리인, 이해관계기관 및 참고인 진술을 들은 뒤 사형제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번 헌법소원은 2018년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 사건에서 시작됐다. 윤씨는 1심에서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윤씨는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통해 2019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은 사형제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되는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다.
청구인 측은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법적 평가를 통해 박탈할 수 없다”며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사형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고려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 범죄예방기능이 크다”며 “국민 일반에 대한 ‘심리적 위하’로 범죄를 예방하고, 특수한 사회악의 근원을 영구히 제거해 사회를 방어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 측은 헌법 문언 해석상 사형제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2021년 실시한 국내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과반수라는 점을 존치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9월 한 언론사가 한국갤럽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 유지’ 응답이 77.3%(1007명 중 779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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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2010년 이어 3번째 판단…이번엔 다를까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심판에서 과거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먼저 이번 공개변론이 이례적이라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헌법소원심판이 진행되기 위해선 ‘재판의 전제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 결정이 나왔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헌재는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심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했다.
헌법재판관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점도 사형제 폐지 의견에 힘이 실리는 지점이다.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되기 위해선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으로 판단해야 한다.
유남석·문형배·이미선·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모두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거나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형제 관련 의견을 밝히진 않았지만, 김기영 재판관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아 위헌 정족수 6명을 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