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해외이전 성공시 대박, 실패시 '낙동강 오리알'

[정교해지는 플립]③
플립 성공해도 현지 정착에 성공해야
투자 유치 못하면 되돌아올 가능성 高
역플립해도 VC 등돌리면 '낙동강 오리알'
"플립은 도박, 해야 할 정당성 찾아라"
  • 등록 2022-05-03 오전 4:00:00

    수정 2022-05-03 오전 4:00:00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일반적으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는 경우 해외 지사를 설립한 뒤 거점을 확보하는 안정적인 방식을 택한다. 이에 비하면 플립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을 찰 수 있다. 리스크와 메리트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교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플립이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플립은 기존 주주들은 소유했던 국내 법인 주식에 가치를 매긴 뒤 그만큼을 해외 법인 주식으로 받는 구조다. 주식매매 또는 현물출자의 형태로 이뤄지고, 주식양도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한다. 국내에서 취득한 특허권 등 기술도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 플립은 어느 정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 초기 당시의 주식과 특허 가치가 플립을 시도했을 때의 가치와 차이가 클수록 창업자와 주주들의 세금 부담은 커진다. 사업 극초기 플립하는 업체가 많은 이유다.

모든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플립이 가능하기에 사전에 동의와 이해를 구하는 것도 필수다. 주주들은 회사(국내 법인)에 대한 자신의 권리가 해외 법인에 대한 권리로 이전되면서 해외에서의 법제나 투자 관행을 이유로 국내에서 갖고 있던 주주권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 국내 VC들은 펀드 운용 시 가능한 해외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고 해외 법인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내규가 있는 VC도 있기 때문에, 플립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일운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는 “새로운 해외법인과 기존 한국법인간의 소유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내국인(법인)과 외국인(법인) 간에 주식거래가 발생하므로 외국환거래 신고도 여러 번 필요하고, 세금 발생 여부도 미리 검토해야 한다”며 “회사의 근본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플립 ≠ 해외 진출 성공, 적응 못하면 되돌아온다

플립에 성공했다고 사업이 성공한 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법인을 옮겼지만, 투자한다던 해외 투자자가 등을 돌리면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아무런 네트워크나 인력 기반이 없는 상태로 무작정 법인을 옮기면 인재 확보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법이 아닌 현지법을 고려해야 하는 점도 익숙해져야 할 부분이다.

진입장벽을 깨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역플립을 하게 되면 타격은 매우 크다. 기존 투자했던 국내 VC들이 플립 과정에서 엑시트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분 넘겼을 경우, 피투자기업이 역플립해 돌아온다고 투자해주리라는 법은 없다.

국내 한 VC 관계자는 “플립은 ‘몰빵’과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투자한다고 해서 법인을 옮겼는데 투자를 못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VC들도 펀드에서 해외 법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는 데다 미국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투자를 꺼릴 수 있다”며 “결국 투자를 못 받고 메말라서 한국으로 재플립하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플립을 시도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 부담으로 실패를 겪은 스타트업 선배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일까. 최근 스타트업들은 보다 정교하게 사전 준비에 나서는 분위기다. 스윗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이주환 대표는 2015년부터 미국에 진출해 1년 넘게 시장 조사와 기업 분석에 주력하며 스윗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지 파악했고, 현지 인력과 네트워크도 쌓았다. 이후 2017년부터 회사를 설립해 사업 기반을 다진 뒤 2018년 미국 플립 절차를 밟았다. 이미 국내에서 시드 라운드 투자유치를 한 뒤였기에 복잡한 주주 관계로 플립을 완성하기까지 32개월이 걸렸지만, 철저한 준비로 사업성을 확신했던 임직원들은 그 기간을 버텨내 성공했다. 지난해 플립을 완성한 뒤 국내외 VC들로부터 미국본사로 26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비결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복잡한 절차 싫다” 아예 해외서 둥지 트는 창업자들


요즘은 해외에 기반이 있는 창업자들의 경우 해외에 본사를 세우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플립 사례보다 많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에 법인을 세우고 시작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부동산 투자 플랫폼 빌드블록과 가상현실(VR) 플랫폼 어메이즈브이알, 인공지능(AI) 테크 기업 몰로코, 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 견주 커뮤니티 플랫폼 모모프로젝트 등은 처음부터 미국에 본사를 설립했다.

해외 중간지주사를 설립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싱가포르는 다국적 기업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헤드쿼터 설립지로 일삼는 곳이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에서 지사 건물을 옮기거나 신사업을 추진할 때 모두 싱가포르 헤드쿼터의 승인을 받는 경우가 많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알스퀘어는 이런 점을 활용해 한국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들과 빠르게 협업하는 한편 자사의 동남아시아 지사와도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 중간지주사를 세웠다.

투자자들은 플립을 고려할 때 명확한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많은 비용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란 얘기다. 임원규 법무법인 제이엘 변호사는 “해외 투자가 용이해지거나 타겟 시장이 해외인 경우 플립이 장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세금 이슈나 주주 동의, 외환관리법상 신고 의무 등 내외부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기에 그러한 비용을 능가할 정도의 장점이 존재하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실제 북미투자자들이 관심이 확실히 있는지 만나보고, 시장 플레이어들에 회사 상품·기술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며 “경영진이나 멤버들이 확신이 들 때 플립을 해야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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