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국가에 부여된 행정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인적ㆍ물적설비가 구비된 행정기관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행정은 공무원의 행위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해당공무원은 복잡하게 얽힌 행정조직을 통해 행정업무를 수행한다. 결국 행정조직의 문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내부적 관계를 넘어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다.
이에 우리 헌법 제96조는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소위 ‘행정조직 법정주의’를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법정주의의 근본적인 취지는 행정조직 간 임무배분의 명확성을 통해 행정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며, 국가 행정조직에 대한 의회 통제권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행정조직의 경우에도 직무범위를 효율적, 체계적으로 설계하여 중복이나 비효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결국 행정조직 설계의 2대 원칙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성’과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하거나 조정하는 ‘효율성’이라고 할 것이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신정부의 공약대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개편 방향은 무엇일까. 최근 기술과 시장 변화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분야별 관련성과 중첩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처 간에 동일한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거나 특정한 측면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중복과 혼선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안보, 기후에너지, 디지털 분야가 그러하다. 전통적인 외교 안보에 경제안보, 사이버안보, 자원안보가 중첩되고 있고, 기후에너지도 산업, 환경, 에너지 등이 중첩된다. 범용기술인 데이터, 플랫폼, AI 정책도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사실 여소야대 구조로 인해 법 개정이 필요한 하드웨어적인 조직 변경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도 크지 않다. 오히려 향후 신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다부처 관련, 국가 핵심 정책과제에 대한 조정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