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과 닮은 샤먼, 무용으로 만나세요"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윤재원·장영규·손인영
국립무용단 신작, 연출·음악·안무 참여
'전통 굿' 현대적 재해석…일상성 강조
  • 등록 2021-11-08 오전 5:30:01

    수정 2021-11-08 오전 5:30:01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샤먼(무당)은 인류와 함께 한 오래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직업으로서 샤먼을 무대에서 조명해보고 싶었습니다.”(윤재원 연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 윤재원,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 음악감독이 국립무용단과 샤먼을 소재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다. 세계가 함께 공감할 한국무용을 고민해온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한국 전통 무속신앙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두 창작자에게 제안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장영규(왼쪽부터) 음악감독, 손인영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이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가진 인터뷰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특히 이번 작품은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존재 ‘젤리’를 이색적인 비주얼로 구현해낸 윤 연출의 참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미술감독으로 뮤직비디오·다큐멘터리 등 영상매체에서 주로 활동해온 윤 연출이 본격적으로 공연예술 연출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윤 연출은 “샤먼이라는 소재를 제안받았을 때 샤먼도 하나의 직업이고, 그가 하는 일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이별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무당과 굿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일상성을 강조한 작품으로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출의 말처럼 작품은 신을 받는 내림굿을 직업인의 탄생 과정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46명의 무용수는 각각 뜻하지 않은 소명과 마주하는 입무자(入巫者), 무당의 길을 먼저 걸어온 조무자(助巫者), 내림굿 의식을 주관하는 주무자(主巫者)로 그룹을 나눠 일상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춤을 선보인다. 제목 또한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윤 연출이 직접 지었다.

장 음악감독이 국립무용단과 윤 연출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장 음악감독과 윤 연출은 ‘보건교사 안은영’ 외에도 이날치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영상작업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장 음악감독은 “처음엔 이번 공연의 연출까지 제안을 받았는데, 연출은 내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 윤 연출을 국립무용단에 소개했다”며 “윤 연출이 생각하는 작품 방향에 맞게 기존 굿 음악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 신작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장영규(왼쪽부터) 음악감독, 손인영 예술감독, 윤재원 연출이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가진 인터뷰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장 음악감독은 영화 ‘곡성’ ‘부산행’ 등의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상매체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두 창작자의 참여로 이번 공연은 한 편의 영화 같은 무대를 예고한다. 손 예술감독에 따르면 춤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무대 세트 모두 집중할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로 가득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연출은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도 가상의 존재를 본다는 점에서 샤먼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며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 중 무용수들이 부채와 방울을 활용하는 장면에서 드라마와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은 이번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콘텐츠의 매력을 공연예술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손 예술감독은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유럽에서는 K팝 못지않게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의 해외 공연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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