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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점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계속 줄이는 등 탄소중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우 부회장은 “수송·산업·발전·건물 등 탄소 중립을 위한 4대 부문 가운데 수송·건물 등이 감축 여력이 큰데, 특히 건물의 경우 온 국민이 전등 끄기나 콘센트 빼기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탓에 규제하기 쉬운 기업들에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부회장은 공공 부문 역시 기업과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가 세종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 건물 교체와 태양광·풍력 에너지원 사용 등 탄소중립 계획을 마련해봐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들의 고충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 소모에 취약한 유리 건물인 서울시청 청사 등은 놔두고 기업에만 감축을 강조하니 안타깝다”고도 했다.
우 부회장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경제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단체들과는 간담회는 물론, 얘기 한 번 하지 않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목표가 정해졌다”며 “내달 확정을 앞두고 산업 각 부문의 감축기술 수준과 감축 여력이 정확히 반영되도록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2030년까지 NDC 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정부는 내달 구체적인 목표치를 확정할 계획이다.
우 부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 20층 접견실에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제 불확실성 여전하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최근 수출과 대기업 매출액 등 주요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최근의 대내외 여건을 보면 이 같은 성과를 코로나 이후 중장기적인 추세로 이어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촉발한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으며 산업과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는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까지 위협한다. 디지털전환이 가속화 하고 있으나 우리의 디지털전환은 초기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도 제조업 중심 국가로서의 어려움이 있다. 인구감소에도 노동시장 경직성은 여전하다. 불확실성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가정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재계에선 기업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결이 가장 시급한 규제를 꼽는다면.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규제 현안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시 사업주나 CEO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데, 법상 의무내용이나 기준이 불명확해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된다. 책임주체, 의무내용 등이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시행령에 탄소배출감소 목표치가 구체화 될 텐데 과도하지 않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규제 개혁 방안 중 하나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어떻게 보나.
△현 정부에서 제일 잘한 것을 하나 꼽자면 규제 샌드박스다. 조금이나마 벤처기업의 숨통을 터줬다. 요즘은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도 들어온다. 소문이 나는 것이다. 저희는 ‘대기업도 웰컴’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관련·법제도 정비 등 실질적 규제개선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한계다. 앞으로 할 일은 특례 기간인 2년이나 4년(1회 연장, 2+2) 뒤에 법이 바뀌어서 계속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산업정책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뤄지면서 핵심기술 보호장치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의 천인계획(핵심기술·인재 탈취), 미국 반도체 내재화, 완성차업계 배터리 내재화 등으로 국가 간 기술·인력 쟁탈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기술·인력 보호 강화는 필요하지만 인수합병(M&A)과 현지화, 공동 연구개발(R&D) 등 미래산업분야 글로벌 전략 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기업 실태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와 대응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해 ‘이것만은 해선 안 된다’는 게 있는지.
△대기업은 화려하게 E도 하고 S도 하고 G도 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사람도, 돈도 부족하다. 그래서 어느 하나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데 사회적 가치인 ‘S’부터 해야 한다고 한다. S 중에서도 ‘고용 관행 개선’이 우선으로 꼽힌다. 종업원에게 잘 대해주고, 주 52시간 근무제 지켜주고, 휴가 잘 보내주라는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보면 ESG를 열심히 한다면서 줌라에 골프를 칠 때 모두 운전 기사를 끌고 간다.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골프가 좋다면 직접 운전하고 와서 치고 음주가 걱정되면 대리운전을 하면 된다.
-상의가 야심 차게 준비한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의 인기가 뜨겁다.
△옛날엔 새마을 운동과 같이 정부가 하라는 걸 국가 프로젝트로 했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은 민간 주도의 국가발전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목적이다. 다음 주가 모집 마감인데 2300여 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예를 들면 요즘 지방엔 산부인과가 없는데, ‘지방 어느 지역을 특구로 정해 산부인과, 유치원을 잘 해놓으면 거기 살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는 큰 꼭지를 만들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계속 모아 계층화하면 하나의 정책 패키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국민이 느끼고 건의한 ‘살아 있는 데이터’다. 일회성이 아닌 상시적 아이디어 플랫폼으로 자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곧 대선모드다. 대선주자에게 제언한다면.
△계속 하락 중인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성장 비전을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 창업·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과감한 규제혁신과 노동개혁, 신성장동력 창출 같은 실효성 있는 성장비전과 해법을 공약에 담아주시길 바란다. 특히 기술변화가 가속화 하면서 대학과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 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외국인 노동자도 감소했다. 현장인력 문제 해소를 위한 단기대책, 현장형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개혁방안, 신산업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민간 주도형 교육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해법을 구상해주시기 바란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1962년 출생 △배문고 △연세대 행정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경제정책학 석사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27회 행정고시 △주뉴욕총영사관 상무관 △주미한국대사관 참사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한국도시가스협회 사회공헌기금 운영위원장 △한국블록체인협회 산업발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