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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막으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소하는 게 현 시점에서 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스템 반도체·플랫폼 독과점 남용 감시 강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골자의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내 삶속의 공정경제’라는 표제 아래 갑을관계 및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및 남용 해소에 나섰다. 반면 올해에는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 생태계’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재벌 개혁과 을의 눈물 닦기에서 혁신 생태계 조성 쪽으로 정책 방향을 일부 튼 셈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보다 중요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타깃은 ICT분야 독과점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다. 4차산업 시대는 ‘승자독식’ 구조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특정플랫폼이 데이터 등을 독점하면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해당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결국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흡수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특히 ‘ICT특별전담팀’을 가동해 플랫폼분야 시장 지배적지위 남용 등을 제재하기 위한 틀인 심사지침도 내년까지 만든다. 심사지침은 공정위가 조사한 사건을 제재하기 위한 지침으로, 일종의 공정위 법 집행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심사지침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기 때문에 시장에 예측가능성을 줄 수 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킥보드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에서 계약해지, 환불 등 소비자 대상 불공정약관도 시정한다.
이외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시장처럼 국민생활에 가까이 숨어 있는 독과점 시장에 대해 보다 감시를 강화한다.
물론 재벌규제와 갑을 관계 개선에 대해 공정위가 아예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제재 방식과 강도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집중했던 총수일가 사익편취 문제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를 확대하기보다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일감을 나눌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식에 보다 방점을 찍었다.
일감 나누기에 나선 대기업에게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높은 점수를 줘서 최대 직권조사 면제라는 ‘당근’을 제공한다. 내부거래 문제가 많은 물류업종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추가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재산권, 영업권, 라이센스 등 무형자산을 총수일가 회사에 밀어줘 사익편취하는 행위에는 공정위가 아닌 시장에 의한 통제를 강화한다. 현재는 무형자산으로 한데 묶어 공시하고 있지만 세부영역별로 공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대규모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도 보다 세부화한다.
갑을 관계 개선분야는 공정위가 과거처럼 일일이 칼날을 휘두르기보다는 ‘을’의 협상력을 키워 ‘갑’과 대등하게 거래 및 계약하는 구조로 바꾼다. 조 위원장은 “혁신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도록 ICT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면서도 “재벌개혁, 갑을 관계도 똑같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