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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로 실제 일본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데다, 오히려 우리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성급한 결정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괄허가 받는 기업은 11곳에 불과..日은 1500여개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골자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18일 관보에 게재하고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백색국가 지역인 ‘가’를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하 한 뒤, 일본을 ‘가의2’ 국가로 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정부로부터 받는 수출 심사기간이 기존 5일이내에서 15일이내로 늘어나고, 신청서류도 기존보다 2종(최송수하인 진술서, 최종사용자 서약)이 추가된다. 일본 수입기업으로부터 추가 서류를 받아야 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존에는 CP AA 등급 이상 기업(103개)은 포괄허가를 신청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로부터 CP기업 지정을 받은 국내 기업은 총 156개로 AAA등급 이상은 11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일본에 전략물자를 수출한 기업은 100개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 정도 기업만 기존처럼 수출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1500여개 CP기업에 포괄허가를 내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수출기업이 입을 피해는 보다 클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대부분은 CP기업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만 되려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은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수출허가 신청에 대한 전담심사자 배정 등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기준 대(對)일본 수출금액은 305억달러인데 이중 전략물자기업들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CP AAA 지정 기업을 늘리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TO제소 전략에 차질 우려..韓공세적 위치 흔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하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WTO제소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11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WTO에 제소하면서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 규제만 제소 사유로 제시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이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면서 그간 WTO제소에서 우위에 있던 한국의 공세적 위치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상응조치(맞대응)가 아니기 때문에 WTO제소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정책관은 “일본이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과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면서 국제공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배제한 것이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상응조치는 전혀 아니다”면서 “우리 조치는 WTO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측을 WTO제소한 것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