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품에 안긴 한화L&C…잇단 M&A에 건자재 '지각변동'

현대百, 인테리어 1위 한샘과 양강 구도 '주목'
지난달 실리콘업체 美모멘티브사 인수한 KCC
업계 "계열사간 시너지로 경기 불황 극복"
  • 등록 2018-10-14 오전 8:58:12

    수정 2018-10-14 오전 8:58:12

(사진=현대백화점그룹·한화L&C)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최근 건자재 업계에서 잇단 인수합병(M&A)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KCC(002380)가 미국 실리콘 업체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M&A를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유발, 최근 이어지는 건설경기 불황을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인테리어 시장, 현대百·한샘 양강 체제 되나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5일 현대홈쇼핑을 통해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한 한화L&C 지분 100%를 368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양수 예정일은 다음달 19일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한화L&C의 상호명과 함께 고용승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 중에 있다. 한화L&C 관계자는 “다음달 19일 이전까지 한화L&C의 상호명 등 현대백화점그룹과의 합병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 1조 636억원을 기록한 한화L&C는 국내 건자재 업계 ‘빅3’에 속한 업체다. 한화L&C 외에 LG하우시스(108670)(매출액 3조 2564억)와 KCC(3조 8639억)가 3위 안에 포진했다. 이중 2014년 한화 첨단소재 건자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설립한 한화L&C는 주력 사업 부문으로 창호·바닥재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프리미엄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드 스톤’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한화L&C 인수를 통해 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리바트(079430)와 시너지효과를 발휘, 연간 12조원 규모의 국내 홈인테리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가구 사업에 주력해왔던 현대리바트에 이어 건자재 부문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리빙·인테리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이어가는 한샘(009240)과 양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매출액만 따져봐도 당장 한샘을 앞지른다. 지난해 말 산업자재업체 현대H&S를 흡수합병한 현대리바트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 4447억원에 달한다. 현대리바트와 한화L&C 두 회사 매출액을 합칠 경우 실적은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결기준 2조 625억원 매출액을 달성한 한샘을 넘어서는 규모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유통과 패션에 이어 새로 리빙·인테리어 부문을 더해 그룹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려는 미래성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건자재 업계 “인수·합병으로 시너지 날 것”

앞서 KCC는 반도체 장비·소재업체인 원익QnC,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30억달러(약 3조 3660억원) 규모로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국내 조선·자동차 등 전방산업 부진과 함께 도료부문 실적이 하락면서 차세대 산업군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KCC는 미국 다우듀폰, 독일 바커와 함께 글로벌 3대 실리콘 회사로 꼽히는 모멘티브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셈이다. 기존 주력 부문이던 도료·유리·바닥재·창호 등 건자재·인테리어에 실리콘이라는 첨단소재 분야까지 장착한 KCC는 향후 실리콘을 비롯한 기초소재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건자재 업체들이 M&A에 나선 이유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건자재업체 관계자는 “KCC가 실리콘 등 첨단소재 분야를 강화하면서 미국·중국 등 ‘빅마켓’으로 시장을 더 넓힐 것이라는 신호”라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면 불안정한 내수경기로 인한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토탈홈케어(인테리어·케어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건자재 업계에서는 대형 유통기업의 진입으로 경쟁이 한층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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